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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광풍 속 판도 변화, 키움증권 분기실적 1위 이변 [Adieu 2020]개인 주식 1위 저력…브로커리지, 계륵서 캐시카우로

양정우 기자공개 2020-12-17 13:59:0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6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주식 투자 광풍은 국내 증권업계의 판도 변화를 일으켰다.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자 키움증권이 쟁쟁한 대형사를 모두 제친 후 실적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오랜 기간 계륵 신세였던 브로커리지(BK) 파트가 단번에 캐시카우로 탈바꿈했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저금리 기조 아래 신규 개인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경기 회복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돼 있는 것도 여전하다. 백신 효과와 회복 속도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오히려 주가 하락이 재개될 수 있다. 주식 훈풍을 탄 키움증권의 기세가 '반짝 선전'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키움 3Q 수익 선두, BK 효자 노릇

올해 3분기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3555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314%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295% 껑충 뛴 263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영업이익 3140억원, 당기순이익 2199억원)에 이어 다시 한번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는 데 성공했다.

하반기 증권업계 전반이 호황을 누렸지만 키움증권의 기세가 유독 매섭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업계 선두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3537억원), 삼성증권(3169억원), 한국투자증권(3089억원), 미래에셋대우(2942억원) 등 주요 대형사를 모두 앞섰다. 증권 업종의 수익성 잣대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전체 1위(27.1%)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개미' 투자자 덕분이다.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다. 시장거래 대금의 증가와 개인의 적극적 시장 참여로 BK 수익이 급격히 늘었다. 키움증권은 15년 연속으로 국내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주식 중개 영역을 장악한 만큼 역대급 투자 열기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그간 BK 파트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계륵으로 여겨졌다. 주식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신규 개인 고객을 유치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 가운데 전국 각지로 퍼져있는 오프라인 영업망은 고정비 부담의 주범이었다. 수년 간 온라인의 대세 흐름 속에 주요 지점을 통폐합하는 게 업계의 트렌드였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주식 광풍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상황이 급변했다. BK 사업은 증권업계가 펜대믹 여파를 넘어서는 데 버팀목 역할을 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증권사 전체의 위탁매매(BK) 수수료 수지는 약 4조5600억원을 기록해 전년(2조21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건 오히려 영업레버리지의 극대화로 되돌아왔다. 수익성이 이례적으로 개선되는 데 한몫을 했다.


◇'저금리 기조+부동산 규제' 주식 쏠림 여건

올들어 기준금리의 하락폭은 75bp에 달했다. 만성화된 경기 부진에 코로나19까지 엄습한 여파다. 지난 3월 1.25%에서 0.75%로 한 차례 낮췄고 5월에도 0.75%에서 0.5%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부동산 투자 규제는 전방위적이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뛴 탓에 현 정부 들어 3년 6개월 동안 23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강력한 규제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돈줄을 꽁꽁 묶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는 주식 투자 광풍을 설명하는 두 키워드로 꼽힌다. 갈 곳을 잃은 시중 유동 자금이 증시로 향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부동산 투자 규제 역시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에도 개인 투자자의 주식 열기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이유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 11월 6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엔 30조원에도 못 미쳤다. 개인 신용공여금 잔액도 33조원에 이르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 제한으로 개인의 추가 신용공여가 어렵지만 주식 투자를 하고자 이미 막대한 자금이 쌓여있다. 국내 증시의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시작됐고 국제 유가 등 경기 회복의 주요 지표도 반등하고 있다. 증권사마다 내년 주식 시장의 호황을 점치면서 BK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물론 증권업계에선 BK 부문이 또다시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불확실성 여전, 반전 거듭 미지수

다만 국내외 자본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상 초유의 사태인 만큼 종식 과정도 종잡기 어렵다.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을 속단할 수 없고 글로벌 각국의 출구 전략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다.

자칫 백신의 약발과 경기 회복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 주가 하락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초 팬데믹 위기감이 고조됐을 때처럼 주가 급락은 증권사 영업 환경에 도미노식 악영향을 미친다. BK 수익 급감은 물론 보유주식 가치 하락,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둔화, 헤지 손실 발생 등 모든 여건이 단숨에 악화 쪽으로 돌아선다.

올들어 증권업계가 호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BK가 아닌 다른 파트에선 역성장을 거둔 증권사가 적지 않다. 내년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최대 수혜자였던 키움증권이 오히려 실적 급감 리스크에 강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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