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롯데케미칼, 6년만에 '곳간지기' 교체...강종원 상무 과제는조성택 상무 후임으로 간택...공격적 투자와 안정적 재무관리 조율 '미션'
조은아 기자공개 2020-12-28 09:24:22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3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 CFO(최고재무책임자)가 6년 만에 교체됐다. LC타이탄 인도네시아법인장을 맡고 있던 강종원 상무보가 롯데케미칼의 새 곳간지기를 맡는다. 강 신임 CFO는 롯데케미칼의 공격적 투자를 측면 지원하며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23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강 CFO는 11월 말 이뤄진 롯데그룹 임원인사의 후속 조치로 신임 CFO로 선임됐다. 발령날짜는 12월1일이지만 인수인계 등이 남아 아직 인도네시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 조성택 상무는 회사를 떠났다.
재계는 롯데케미탈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석유화학 한 우물만 팠던 롯데케미칼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 전쟁’에 참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인수합병 시계가 멈추면서 성장을 향한 갈망도 그 어느 때보다 큰 편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신사업 발굴이 더욱 중요해졌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의 99%가 석유화학 제품에서 나올 정도로 석유화학 의존도가 높아 사업 다각화가 시급하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와 올해 숨고르기에 나섰다면 내년에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교현 사장, 이영준 부사장이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강 CFO는 구체적 자금 조달방안을 마련하고 투자를 전후해 재무안전성을 관리하는 등 실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강 CFO는 1969년생으로 중앙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최근까지 LC타이탄 인도네시아법인장을 지내다가 이번에 친정으로 복귀하게 됐다. LC타이탄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사업장을 보유한 동남아의 대표적 화학회사로 2010년 롯데케미칼이 1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곳이다.
이전까지는 롯데엠시시(MCC)와 롯데케미칼 재무팀에 몸담으며 경력의 대부분을 재무 쪽에서 쌓았다. 롯데엠시시는 롯데케미칼과 일본의 미쓰비시케미칼이 각각 50%씩 투자해 세운 합작사다. 2018년 1월 상무보A로 승진했고 지난해 12월 상무보B로 승진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소재 가운데 하나인 분리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분리막 판매량은 연 4000톤, 매출은 100억원 수준에 그치지만 2025년까지 각각 판매량 10만톤, 매출 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일본의 배터리소재 회사인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그 뒤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한 쇼와덴코의 지분 4.69%를 매입하며 지분 투자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은 9월 스카이레이크가 설립한 펀드에 3000억원을 출자해 두산솔루스 지분 약 23%를 확보하기도 했다. 두산솔루스는 동박과 전지박 등 전기차 배터리소재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에서 만난 점 역시 롯데케미칼의 새 먹거리를 배터리소재에서 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력은 충분하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연결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만 3조4105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 역시 38.2%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차입금의존도와 단기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7.3%, 5.5%에 불과하다. 잉여현금흐름 역시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1006억원에서 올해 3분기 749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롯데케미칼의 탄탄한 재무구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우량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무차입 경영을 중시하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회사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CFO의 직급이 높지는 않은 편이다. 라이벌 LG화학에서 CFO가 부사장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롯데케미칼은 전통적으로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들이 대우를 받는 분위기다.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임원 100여 명 가운데 60명이 넘는 사람이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도 CFO의 역할이 제한된 이유로 꼽힌다. 신 회장은 1993년 3월부터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롯데케미칼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으며 2004년부터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은 국내 재계 총수 가운데 숫자에 밝은 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7년 동안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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