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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승부수]자신감 드러낸 조원태 회장, 빅딜 '시대적 사명' 의미 부여경영권 우려 불식...대한항공·아시아나 임직원에 협조 요청

유수진 기자공개 2021-01-06 12:38:36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4일 12: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항공산업 재건 의지를 대내외에 밝히며 2021년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조용히 새해를 맞았던 작년과 대조적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빅 이벤트'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인수 후 통합(PMI) 작업까지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물론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에게 함께 보내는 메시지라는 의미다. 특히 산업은행의 등판으로 KCGI 등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며 안정을 되찾은 영향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진그룹은 4일 오전 조 회장이 사내 인트라넷에 게재한 '2021년 신년사'를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식 배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별도의 시무식을 하지 않은 대신 인트라넷과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유한 직후다.

조 회장은 신년 메시지의 대부분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할애했다.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해 5개 항공사의 M&A가 추진되는 만큼 적잖은 진통이 있겠지만 서로가 마음을 열고 현명하게 대응해 나가자는 내용이 골자다. 사실상 양사 임직원 모두를 향한 내용으로 통합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는 "양사 통합은 두 회사가 단순히 하나로 합쳐진다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 하늘을 책임지고 있는 양사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운명, 시대적 사명이라 믿는다"며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새롭게 세워나가겠다. 많이 어렵고 힘들겠지만 마음과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년사를 두고 조 회장이 작년보다 한층 여유가 생기고 자신감도 회복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년간 달라진 한진그룹 안팎의 상황이 신년사의 내용과 배포 형태 등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작년에 회장 취임 후 첫 새해를 맞았으나 최대한 조용히 시무식을 치르는 데 집중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새해 첫 근무일인 1월2일 오전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본사에서 시무식을 개최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본사 근무 직원 전원이 참석했고 조 회장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했다. 2019년 창립 50주년이 지났으니 2020년을 '100년 기업' 도약의 원년으로 삼자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신년사와 현장사진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조용히 새해를 보낸 건 일주일 전인 2019년 12월25일에 조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갈등을 빚는 등 오너일가간 내부 사정이 좋지 않았던 영향이 컸다. 당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별세 후 봉합된 것으로 보였던 가족간 불화가 외부로 새어나오며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특히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 등과 손 잡고 조 회장의 그룹 경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간 합의를 바탕으로 조 전 회장의 재산을 분할 상속받고 공동경영을 시작한 지 두달 만에 갈등이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그룹 경영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년 메시지를 내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많은 점이 달라졌다. 조현민 ㈜한진 부사장과 이명희 고문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고 3자연합은 별다른 공격을 하지 못했다. 작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에 실패한 뒤 지분율은 꾸준히 끌어올렸지만 임시 주총 소집 등을 미루며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던 중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조 회장 백기사를 자청하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됐다. 조 회장으로서는 불확실성이라는 커다란 짐을 덜어낸 셈이다. 3자연합은 오는 3월 정기 주총에서 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단 입장이지만 재계에선 조 회장에게 직접적인 위협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올해 한진그룹 회장으로서 신년사를 냈다"며 "그룹 차원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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