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05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일반주식형 공모펀드 수익률 1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가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ESG투자의 낭중지추를 기대한다는 칼럼을 쓰고 한 해가 채 지나지 않아 급성장을 목도했다. 반가운 감회 반, 아쉬운 감상이 반이다. 포트폴리오를 보면서다.최상위권 ESG 펀드의 수익률은 40%를 넘겼다. 올해 코스피 성장세인 30.8%도 제친 수치다. 펀드 수익률의 답지가 포트폴리오라 한다면 해답으로 적힌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화학이다. ESG펀드라기보다 대장주 펀드에 가깝다. 삼성전자 사랑은 대형 ESG펀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대장주 쏠림현상은 ESG투자의 태동기부터 우려된 일이다. 앞서 붐을 일으킨 SRI(사회책임투자)가 똑같은 선례를 거쳤다. 평가기관이 한둘에 불과한 국내 환경에서 SRI 평가지표는 비공개였지만 공개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SRI 채점 항목에 투자할 수 있는 대기업의 성적표가 좋았다. 혹은 평가기관이 대기업의 기준에 채점제를 맞췄다.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효율이 미덕인 자본시장에서 예상할 만한 결과였다.
사실 올해 설정된 ESG펀드들은 퍽 운이 좋았다. 불장에 설정된 주식형펀드들은 20%이하 수익률을 내면 바보 취급을 받았다.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지 않았다면 대장주만 따라나선 ESG펀드들의 수익률은 뜨뜻미지근했을 것이다. ESG투자가 '착한 투자에 착한 수익률을 냈다'는 최근의 반응은 그래서 어폐가 있다.
문제는 장이 늘 좋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의 흥망성쇠만 따라가는 지금의 ESG투자로는 장하락기에 대처할 카드가 전무하다. 대장주 담기가 전략의 끝이라면 ESG펀드에 가입할 이유가 무색해진다. 직접 투자하거나 수익률 예측이 가능한 코스피200 ETF를 담는 편이 낫다. SRI펀드도 초반에는 인기몰이를 했지만 차별화 없는 포트폴리오로 불이 금세 꺼졌다.
여의도에서 제일 오래 살아남은 투자전략 중 하나는 가치투자다. 가치투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지만 '시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투자전략의 영향력이 거대했다는 방증이다. 워런 버핏이 국내에 수많은 가치투자자를 기르고 그 전략이 오래 남은 이유는 도식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을 고르라는 철학은 같되 포트폴리오는 투자자의 유니버스에 따랐다.
그렇기에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지 않을 방법은 ESG 유니버스 개발이다. 그나마 반길 만한 변화는 투자 비율이다. 일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초기단계나마 투자종목의 비율을 달리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는 대장주가 지배할지언정 시가총액만 따라가는 투자는 지양한다는 이야기다.
ESG펀드가 제2의 SRI펀드가 될지, 포스트 가치투자가 될지는 키우는 자산운용사의 손에 달렸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첫술을 잘못 뜨면 다음 밥상이 없어지는 곳 또한 투자시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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