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은행, 난데없는 매각설 왜 휘말렸나 신한지주 주도 효율화 구상, 인터넷전문은행 전환 고려 등 여파
손현지 기자공개 2021-01-21 07:50:14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0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제주은행이 때아닌 매각설에 휘말렸다. 대표적인 테크핀 기업인 네이버가 제주은행 지분투자를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다. 신한지주 측은 제주은행 매각 자체를 추진한 적 없고 네이버 역시 금융회사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투자은행(IB)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주은행이 테크핀 기업들의 인수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지속해 돌았던 게 소문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한금융은 제주은행 경쟁력이 타 계열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에 따라 매각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찾아왔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환도 그 일환으로 고려했던 사안이다.
우선 제주은행은 1969년 제주도민들에 의해 설립된 지역은행이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영이 어려워졌고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신한은행은 정부(예금보험공사)의 인수 제의를 받은 뒤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제주은행 편입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위탁경영 후 인수를 실현했다. 잠재부실 탓에 한번에 인수할 순 없었다. 경영자문을 통해 제주은행을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올리는데 주력했다. 제주은행도 고객관리와 섭외 전략, 직원평가 방법, 지점경영 노하우, 리스크관리체계 등 선진경영기법을 벤치마킹해나갔다. 신한지주도 정밀심사 끝에 2002년 4월 제주은행을 자회사(지분 75%)로 최종 편입했다.
다만 신한지주는 기존 제주은행의 비전은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19년간 전략 교체 없이 제주지역에 특화한 소규모 지역은행(Local Top Bank)이란 방향성을 존중해왔다. 덕분에 제주은행도 제주 지역경제와 금융에 기여하며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제주은행은 최근에도 제주지역 내에서 수신 점유율 35% 내외의 안정적인 수신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한지주는 작년부터 제주은행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전략부서 주도로 운영 효율화 방안을 구상하며 여러 시나리오를 그렸다.
전략부서가 19년 만에 메스를 든 건 제주은행이 그룹 계열사 중에서 성과 경쟁력이 크게 뒤쳐졌기 때문이다. 현재 신한금융그룹 내 은행 상호를 붙인 곳은 신한은행, 신한저축은행, 제주은행 3곳이다. 이 중 2, 3위 성적표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제주은행은 신한저축은행보다 앞서왔던 순익이 작년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신한저축은행과 제주은행은 각각 210억원, 17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성장세도 희비가 갈렸다. 순이익 증가율이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50%에 가까웠던 반면 제주은행의 경우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성장잠재력도 떨어진다는 게 그룹 판단이다. 제주은행은 리테일 영업을 주력하는 은행인데 대면 영업환경이 불안정해졌다. 코로나 등으로 제주지역 인구 유입수 감소 등 직격탄을 맞았다. 영업망이 지역에 국한돼 있는 탓에 현재로선 신사업 발굴 방안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은행은 자산 구조 특성상 경기민감도가 높은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이 80%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2018년 이후 지역경기 악화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금리민감도가 높은 차주의 특성상 연체율이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부터 기준금리가 잇따라 떨어지면서 NIM도 하락했다.
제주은행은 특히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이 높아 경기민감도가 높다. 포트폴리오 상 숙박음식, 부동산, 건설, 레저스포츠 등이 대부분이다. 관광서비스업 관련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은 원화대출금의 38%에 달한다. 최근 5년 동안 연 10% 내외 성장률을 보였다.
물론 제주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82% 가량이 담보, 보증대출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신용보강 장치가 양호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제주지역 전반적으로 지가지수가 하락하는 등 담보가치의 불확실성이 잔존한다.
지역 내 여신 점유율이 축소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제주은행은 지역 내 여·수신 점유율 1위 은행이다. 그러나 최근 농협은행이 공격적으로 제주지역 공략에 나선 탓에 지역내 여신 점유율이 과거 30%대에서 작년 3월 말 약 25%로 축소됐다.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2017년까지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외형확대에 나섰던 모습과는 달리 2018년 이후 지역 부동산 수요 부진으로 성장세가 주춤했다. 작년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원화대출금의 약 21%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마도 네이버의 인수 가능성 제기는 최근 신한지주가 제주은행 효율성 제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전환에 나섰던 점이 빌미가 된 듯 하다"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규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은행을 타깃으로 노리고 있어 제주은행 인수설까지 나온 것이란 말도 있다.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지만 지방은행은 15%까지 취득 가능하다. 아울러 증권가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설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코스피 상장사인 제주은행 주가는 이달 6일(종가 3255원)부터 19일(종가 4435원)까지 10거래일 간 36.3%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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