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나섰던 이도, 돌연 경영권 매각 이유는 맥쿼리 협업, 기업가치 끌어올려 IPO 재도전 해석
박시은 기자공개 2021-01-28 10:06:11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7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보건설 최등규 회장의 장남인 최정훈 이도 대표이사는 왜 맥쿼리자산운용에 회사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걸까. 최 대표가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 홀로서기를 이어왔던 점에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계획했었던 기업공개(IPO)를 잠정 보류한 이도의 기업 외형과 가치를 불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이도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획했었다가 잠정 보류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이도의 실적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최 대표가 기업가치를 충분히 끌어올린 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정받아 증시 입성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이도에 투자 제안을 한 건 지난해 가을 쯤으로 전해진다. 상장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한 최 대표에 맥쿼리자산운용이 프리IPO 투자를 제안했고, 논의가 깊어지면서 경영권 거래로 귀결됐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맥쿼리자산운용의 이도 경영권 인수를 두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최 대표와 의지와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맥쿼리자산운용의 전략이 들어맞은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 대표로선 IMM인베스트먼트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재무적투자자(FI)를 엑시트(투자금 회수)시켜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도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MIT에서 부동산금융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KTB프라이빗에쿼티(KTB PE)에 재직한 경험이 있는 최 대표는 금융회사와 협업한 관리업무 및 금융설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간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한 것도 최 대표의 금융업계 경험과 네트워크가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투자업계에선 일찍이 이도의 성장성을 눈여겨 봤다. 국내 PEF 운용사인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를 비롯, 메디치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대우증권, IMM인베스트먼트가 차례로 자본확충이나 구주 인수 등을 통해 이도에 투자를 단행했다.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와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등은 이미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자산운용은 현재 주주로 남아있는 IMM인베스트먼트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잔여지분도 모두 매입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최 대표로선 별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FI 지분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최 대표는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15년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초기엔 대보건설과 대보실업, 서원레저 등 대보그룹 관련 사업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아버지 회사와는 무관하게 독자 생존을 모색하며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최근 이도는 고객자산을 단순 위탁·운영하는 기존 O&M사와는 달리, 환경·인프라·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종합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대주택 사업 등 공공·민간투자 사업 제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부실 자산을 개선해 가치를 높이는 '밸류애드(Value-add) 투자'로 업계 입지를 다지고 있다. 부실 골프장이나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빌딩, 낙후된 폐기물 시설 등에 투자한 뒤 시설을 개선해 가치 상승을 이끄는 투자 방식이다.
특히 이도의 빠른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사업 부문은 골프장 위탁이다. 2018년 33억원에 불과했던 골프장 운영 매출액은 1년만에 200억원으로 6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적자였던 영업이익은 5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약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골프장 운영을 맡아 개선시킨 대표적 사례는 경영난에 빠졌던 충북 '클럽디(CLUBD) 보은' 익산 '클럽디 금강'에 투자 건이다. 두 곳 모두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설비 투자금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동시에 기존 회원과 얽혀 있던 이해 관계를 원만하게 해소하며 정상화에 성공했다. 누적된 부실로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했던 클럽디 보은과 클럽디 금강은 이도가 운영을 맡은지 1년만에 매출이 각각 109%, 23%씩 뛰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국내에서 활동 중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처음으로 폐기물·소각 시설 투자를 단행한 하우스다. 2013년 건설폐기물업체 대길산업(현 WIK중부)과 대길환경(현 WIK환경)을 시작으로 클렌코, 새한환경 등 국내 전 지역에 위치한 폐기물업체를 잇따라 사들였다. 2019년부터는 펀드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보유자산을 차례로 매각하는 등 투자금 회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폐기물업체 투자는 에너지·인프라 투자 전문 운용사에 국한됐던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간 맥쿼리자산운용은 민자 고속도로나 휴게소, 항만 등 인프라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다. M&A 시장에서도 영화관 사업자 메가박스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딜라이브, 보안전문업체 ADT캡스, 시스템통합(SI) 업체 LG CNS 지분 투자와 대성산업가스 인수 등 대형 딜에 속속 등장하며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서울 동북선도시철도 민자사업에도 투자하는 등 맥쿼리자산운용은 최근 2~3년간 꾸준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맥쿼리자산운용의 이번 이도 투자는 국내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거래는 맥쿼리자산운용이 최 대표의 보유지분과 FI 투자자 지분 등 구주만을 인수하거나 구주에 더해 이도가 발행하는 신주를 맥쿼리자산운용이 인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최 대표로선 이도의 자본확충을 노리는 동시에 적잖은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최 대표는 현재 이도 지분 45%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며, 이번 거래를 통해 보유지분 10%가량을 맥쿼리에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에서 예측하는 이도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 수준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