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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위탁기관 확대 시도…기관투자자 반응은 공제회·중앙회 신규위탁 추진에 의견 분분

노아름 기자공개 2021-02-04 09:55:3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3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공사(KIC)가 공제회·중앙회로부터 신규 위탁을 통해 해외 대체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인 가운데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다양한 전망을 내놓는 분위기다. 인력과 시스템이 미비한 중소형기금의 경우 KIC의 시도에 화답할 가능성이 있지만 KIC 위탁에 대한 납입자 반대 리스크가 예상돼 기관들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한국은행·연기금 등에 한정된 자금위탁주체를 공제회·중앙회까지 넓히는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의원발의와 소위심의·본회의 의결 등을 거쳐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투자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는 2015년 이뤄진 바 있다. 다만 정부·한국은행·기금관리주체 이외의 기관도 KIC에 자금을 위탁할 수 있게끔 한다는 다소 광범위한 대상기관을 공제회·중앙회로 명확하게 확정한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KIC는 관련법 개정 이전에는 중앙회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을 수 없어 지난해 농협중앙회와 해외투자를 위한 조인트벤처(JV)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우회로를 택해왔다.

KIC는 경쟁보다는 동반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KIC의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기관 위탁자금에 대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되 하방안정성을 갖춰 리스크 낮은 투자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위탁자금은 국내 운용사와 이해상충 이슈가 존재할 수 있는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이 아닌 대체자산에만 한정해 투자할 계획이다.

기관들로서는 수수료 절감 또한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공제회·중앙회는 해외기반이 있는 글로벌 운용사에 일정액을 위탁해 투자를 맡겨오고 있으며, 이에 따른 수수료는 75~100bp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와 달리 KIC의 수수료는 현재로서는 미정이기는 하나 해외 운용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KIC의 시도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오는 분위기다. 이미 운용조직과 시스템 갖춘 연기금·공제회·중앙회 반응은 미온적인 분위기다. 기관 내에서도 투자전략·집행을 주축으로 진행해 온 부서는 기관의 '꽃'으로 평가받는데 이들의 실적을 KIC에 내어주는 모습이 될 수 있어 위탁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기관 내 역학관계 이외에도 투자성과 불확실성이나 공제회·중앙회의 가입자 반대 가능성 등 보다 현실적인 고민도 자리한다. KIC가 최근 두자릿수대 총자산(투자운용) 수익률로 주목받긴 했지만 글로벌 시장환경이 급변하면 변동 가능성이 상존한다.

LP 관계자는 “수수료는 저렴할 수는 있어도 투자결과가 더 좋다고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LP 관계자는 “글로벌 운용사를 선호하는 납입자들의 반대를 예상해볼 수 있어 이러한 부담을 안고 가기에는 리스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별도의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연기금투자풀 등에 자산운용을 맡겨온 일부 기금의 경우 제한적으로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오는 분위기다. 국내에는 67개의 기금이 존재하는데, 이 중 일부는 운용자산이 2조원이 넘어 대형기금(운용자산 1조~100조원)으로 분류됨에도 운용자산 과반을 연기금투자풀에 위탁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기금이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이하 방폐기금)이다. 방폐기금은 원자력발전과 산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됐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이나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등이 주 수입재원인데 방폐기금의 2019년 자산운용 금액은 2조6375억원이다.

방폐기금은 2019년 총 운용자산의 66.22%를 연기금투자풀에 위탁해 운용했다. 기획재정부 등이 발간한 기금운용평가보고서에는 방폐기금 자산운용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거대기금으로서의 자산운용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한 현안과제”라며 “대체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위험심사역 채용, 위험관리체제 구축 등이 선결되어야한다”고 짚었다.

중형기금(운용자산 1000억~1조원)인 국제교류기금이나 소형기금(1000억원 미만)인 국제질병퇴치기금,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제교류기금의 2019년 자산운용규모는 105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국제교류기금은 중장기자산의 81.8%에 해당하는 791억원을 연기금투자풀에 위탁했다. 같은 기간 국제질병퇴치기금의 자산운용규모는 512억원이며, 중장기자금의 96.3%인 288억원을 연기금 투자풀에 위탁운용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지난해 운용자산 133억원 전액을 단기자산에 배분했으며 연기금투자풀에 단기자산 전액을 위탁운용했다.

KIC는 최근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공제회·중앙회로부터 신규위탁을 추진한다”며 “국내 금융투자업계와의 자문계약을 통하여 경쟁이 아닌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 실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연기금·공제회·중앙회 등으로부터 여러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자금위탁 주체를 다양화하려는 시도에는 KIC의 복잡한 속내가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KIC 운용규모는 전세계 국부펀드 중 14위에 불과하다. 지난달 기준 KIC는 1831억달러를 운용해 2350억달러를 운용하는 아랍에미리트-아부다비(MIC)에 뒤이어 14위에 랭크됐다. 운용규모 기준 상위 10위권 국부펀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지닌 KIC는 신규 위탁기관 확보 및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통한 운용수익 극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같은 기간 10위는 아랍에미리트-두바이(ICD)로 운용자산 규모는 3015억달러로 집계됐다.

KIC가 시장질서를 저해한다고 보기만은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LP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 결과적으로 수익자가 더 좋아지게 한다면 반대만 할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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