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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한국판 '라쿠텐' 될 수 있을까

김은 기자공개 2021-02-09 08:06:17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8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쿠텐골든이글스는 2004년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IT기업 '라쿠텐'이 설립한 야구단이다. 안방인 미야기 구장에는 대규모 놀이동산이 자리 잡고 있어 마치 테마파크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라쿠텐은 야구장을 공연과 지역 행사 공간으로 활용하고 최근에는 대규모 유통센터와 숙박시설까지 갖춘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TV로만 야구를 접하던 지역민들에게 '놀이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집중했다. 경기 시작 전 관객을 위한 이벤트를 끊임없이 펼쳤으며 경기가 있는 날에는 티켓 하나로 공연과 야구를 연달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라쿠텐은 야구장을 야구를 관람하는 장소로 국한하지 않고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구단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노력 덕에 야구단은 창단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했으며 홈구장은 경기가 없는 날이나 경기 시간이 아닌 때에도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로 떠올랐다.

신세계그룹도 라쿠텐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한다는 자세다. 최근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센터로 진화시켜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서비스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문화 사업을 더한 리테일 엔터테인먼트 구상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인수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야구장 입장객에게 신세계 상품과 서비스를 체험시킬 수 있고 이들을 실제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 가능해진다.

또한 야구장 내에 이마트24나 노브랜드 버거와 같은 계열사 점포를 입점시킬 수 있고 미국과 일본 사례처럼 호텔업을 야구장에 접목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야구팬들을 신세계그룹에 애정을 갖는 충성고객으로 만드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돔구장 설립 추진 등 야구단에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제주도에서 전지훈련 중인 SK와이번스 선수단에 스타벅스 커피를 무료로 제공해 선수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후문이다.

신세계그룹이 야구 사업의 가능성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지속적인 투자와 다양한 마케팅으로 고객을 유인하는데 성공한다면 이는 분명 스포츠 구단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단순히 보는 야구가 아닌 즐기는 야구를 선보이며 '한국판 라쿠텐'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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