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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한은 갈등 비화? 주금공 인선 지연 막전막후 '한은 몫' 부사장 임기만료, 최준우 "선임 안해"…전금법 다툼 '불똥' 양상

김규희 기자공개 2021-02-25 08:15:5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4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금융공사(주금공)까지 불씨가 옮겨 붙은 양상이다. 금융위가 통상 '한은 몫'으로 주어지는 산하기관 주금공의 부사장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측 인사를 앉히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민호 주금공 부사장 임기는 지난 1월부로 끝났지만 한 달 넘게 신임 부사장 인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당분간 부사장 인선 절차 자체를 진행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공식적인 입장은 '조직 혼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최준우 사장이 이달 부임한 만큼 부사장을 바로 교체하는 건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최 사장은 최근 더벨과의 통화에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부사장까지 새로 교체되면 업무를 파악하는데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주금공 부사장 인선 지연이 최근 불거진 금융위와 한은의 갈등에 따른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전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금융위와 한은의 다툼이 시작됐다. 여기에는 빅테크·핀테크 등 기업들의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금융결제원을 외부청산 기관으로 지정하고 빅테크 기업의 내부거래 기록까지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금융결제원(금결원)에 대한 감독권이다. 법안대로면 한은이 갖고 있던 금결원 감독권이 금융위로 넘어간다.

한은은 “금융위가 한은 고유의 지급결제제도 관리 권한을 침해하는 일”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심지어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소위 '빅브라더법'이라고 맞섰다.

금융위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통화기록이 통신사에 남는다고 통신사가 빅브라더인가"라며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맞섰다. 이를 둘러싼 양측의 첨예한 대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주금공 부사장 인선 지연은 금융위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또 통상 한은 인사들이 차지했던 자리를 두고 빚어진 일이란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주금공은 금융위 관리·감독을 받는 산하 기관이고 부사장은 별다른 추천 절차 없이 사장 임명으로 선임된다. 그런데 최 사장은 금융위 출신이다. 금융위 행정인사과장, 자본시장과장, 중소서민금융정책관 국장, 금융소비자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금융위 주요 보직을 거쳤다.

주금공 부사장은 대부분 한은 측 인사가 차지해왔다. 지난 1월 임기가 만료된 김민호 부사장은 한은 부총재보 출신이다. 김재천 전 한은 부총재보가 주금공 부사장을 맡다가 이례적 내부 승진으로 사장이 됐던 2014년에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非) 한은 출신 정용배 전 부사장을 선임한 적은 있다. 다만 이전 대부분 부사장이 한은 출신이었다.

한은 내부에서는 주금공 부사장 인선 지연에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지속해 나온다. 심지어 이미 '내정자'가 있음에도 인선을 미루고 있다는 게 한은 쪽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A 이사를 주금공 부사장으로 내정한 상황인데 임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 측은 전금법을 둘러싼 갈등에 따른 인선 지연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전금법으로 한은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주금공 부사장 자리로 한은을 압박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한은 입장에서도 인사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금융결제원에 이어 주금공 자리까지 뺏기면 내부 반발이 커져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 측은 2019년 금융결제원 원장 자리를 금융위에 내어주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주금공 부사장 자리를 두고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986년 금융결제원 설립 이후 30여년간 줄곧 한은 출신이 원장을 맡아왔지만 2019년 금융위 출신인 김학수 전 증선위 상임위원이 원장을 맡으며 변화가 이뤄졌다. 한은은 금결원장 자리도 다시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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