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업 장기CP 확산, 증권사 발행어음 영업 한몫 두달 간 1조 육박, 공시 의무 면제 대부분…초대형 IB 커버리지 확대 일환
피혜림 기자공개 2021-03-11 13:02:59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0일 06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일반 기업의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장기 기업어음은 만기 다각화 등을 겨냥한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조달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일반기업이 활용력을 높이는 모습이다. 다만 이들 대부분이 전매 제한 조건 등을 활용해 장기CP의 신고서 제출 의무에서 비껴갔다.장기 CP 확대는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 확대의 덕을 톡톡히 봤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발행어음 조달이 가능한 증권사가 다수의 물량을 담아간 것으로 관측된다. 저금리 여파로 장기CP 역시 상당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커버리지 영업력 확대의 일환으로 이같은 조달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고 면제' 장기CP 러시…일반기업 주도
기업들이 장기 CP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이달 8일까지 두 달여간 시장에 쏟아진 장기CP 물량은 94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발행된 전체 장기 CP가 76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비금융기업의 조달세가 거센 점은 눈길을 끈다. 올해 장기CP를 발행한 10곳 중 9곳이 모두 비금융 민간기업이었다. 1월 부산롯데호텔을 시작으로 신세계디에프와 KCC, 롯데GRS, 코오롱글로벌, 한화건설, 현대종합특수강, 바디프랜드,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장기CP를 찍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공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발행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장기CP 시장은 카드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여전사는 조달처와 만기 구조 다각화의 일환으로 장기CP 발행을 활용해왔다. 8일 기준 전체 장기CP 발행잔량의 46%가 여전사 발행물량이었다. 올초부터 이어진 장기CP 발행 행렬은 비금융기업 주도로 이뤄진 것과 대조적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전매 제한 등을 활용해 장기CP 신고 의무에서 비껴갔다는 점이다. 부산롯데호텔과 KCC를 제외한 8곳의 발행사가 모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보호예수 1년을 취하는 등 면제 요건을 활용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경우 특수채 지위에 올라 있어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올해 발행된 대부분의 장기 CP는 사실상 투자 시장에서 발행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됐다. 장기CP는 형태는 단기물이지만 경제적 실질이 회사채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만기 1년 이상인 장기CP 발행 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부여한 배경이다.
◇발행어음 인수, 시장 확대 뒷받침
증권신고서 없는 장기CP가 확대될 수 있었던 데에는 증권사 발행어음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발행어음 북(book)을 활용할 수 있는 일부 증권사는 장기CP를 직접 담아 조달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저금리 기조 등으로 장기CP 역시 현재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운용 목적보다는 조달 그룹과의 영업력을 다지기 위해 발행어음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장기CP 발행 기업 대부분이 공모 시장성 조달이 쉽지 않은 곳이라는 점도 이같은 풀이를 뒷받침했다. 이들 중 다수의 이슈어는 실적 혹은 업황 부진 등이 이어져 크레딧 리스크가 제기된 곳이다. 일부 이슈어는 공모채 시장을 피해 사모채에서 장기CP 등으로 조달처를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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