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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 키우는 HMM, 민영화 기반 다지기? VLCC 장기 용선으로 벌크사업 확장, 사업 안정성·경쟁력 강화 '본격'

유수진 기자공개 2021-02-19 08:01:1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7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옛 현대상선)이 비주력부문인 벌크사업을 키운다. 초대형 유조선(VLCC) 3척을 장기 용선하는 등 선대규모 확대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벌크부문 확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균형으로 이어져 미래 경쟁력 강화 및 안정적 매출 확보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기업가치 개선 효과를 낼 거란 의미다.

특히 매물로서 HMM의 가치가 높아지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벌크 경쟁력이 강화되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 원매자의 범위가 전보다 넓어지기 때문이다. HMM은 최근 컨테이너 시황 개선과 맞물려 한차례 매각설이 돌았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강력히 부인하며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추후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HMM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VLCC 3척 장기 용선에 2433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자기자본 1조5921억원(2019년 말 기준) 대비 15.28%에 해당하는 규모다. 배를 빌리는 기간은 내년 7월부터 2032년 7월까지 10년간이다.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면 최장 5년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통상 해운사들은 용처가 정해졌을 때 장기 용선을 결정한다. 배를 빌려다 놨는데 투입할 곳이 없으면 대규모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HMM 역시 확정되진 않았지만 화주와의 계약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내 윤곽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HMM 측은 "중장기 선대 확보를 위한 장기 용선"이라고 밝혔다.

이번 건은 매출 기여도 90% 이상인 컨테이너가 아닌 벌크부문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MM은 지난해 2만4000TEU급 12척 도입에 이어 올해도 1만6000TEU급 8척을 들여오는 등 컨테이너부문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 컨테이너에 치중돼 있는 무게추를 벌크쪽으로 일부 옮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 가능하다.

HMM 부문별 매출 비중. <출처:IR 자료>

HMM은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손꼽히는 컨테이너선사지만 동시에 벌크사업도 하고 있다. 단기 용선을 포함해 운용하고 있는 선박이 약 60척(1년 이상 기준 34척)에 달한다. 매출 기여도는 컨테이너와 벌크가 약 9대 1 정도다. 벌크 매출 비중은 2019년 9.9%까지 높아졌다가 작년 8.5%로 낮아졌다. 해상 운임이 대폭 오르는 등 컨테이너부문이 호황을 누린 영향이다. 벌크는 또 다시 드라이벌크(57%)와 유조선(43%)으로 나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컨테이너와 벌크의 매출 비중이 6대 4 정도였다. 매출의 절반이 벌크부문에서 나왔다. 시황 등 외부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사업에 올인하지 않고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추진한 결과다. 컨테이너 실적이 좋지 않을 때 벌크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췄다.

당시는 벌크사업 내 사업부문도 지금보다 다양했다. 자동차선(자동차)과 전용선(석탄, 철광석), 탱커선(LNG, 원유), 부정기선(곡물, 원목) 등이다. 하지만 이후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벌크사업들을 차례로 매각하며 자연스럽게 컨테이너 영향력이 커졌다.

컨테이너 매출 비중은 2002년 자동차선 운송사업부문을 떼어낸 뒤 60%로, 2014년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 직후 76%까지 높아졌다. HMM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벌크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경영 정상화에 우선 순위를 두느라 이제껏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내부적으로는 벌크선대를 약 100대로 확대 운용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사실 HMM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벌크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과거보다 규모가 작아졌지만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와 글로벌 네트워크와 필요인력 등이 모두 갖춰진 상태다.

앞서 산업은행이 벌크선사와 거래를 하는 포스코에 HMM을 매각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한 뒤 벌크선박을 들여와 사업을 확대하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유다. HMM 매각설은 당사자들이 극구 부인하며 일단 불씨가 잦아들었다. 심지어 산업은행은 쌍용차 이슈 대응을 위해 개최한 기자간담회 말미에 HMM 얘기를 꺼내 재차 부인했다.

하지만 HMM이 작년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는 등 경영 정상화에 성큼 다가서고 있어 언제든 다시 매물로 거론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장 분위기다. 특히 산업은행이 수월한 M&A를 위해 지금과 같이 시황이 좋을 때 매각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지속적으로 벌크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력이 모두 갖춰진 상태"라며 "선박만 확보하면 사업 확장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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