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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승부수]'순항 중' HMM, 신년 키워드는 '질적 성장'해상 운임 고공행진, 시장 분위기 우호적…배재훈 사장 연임 여부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1-01-07 08:21:27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5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옛 현대상선)에 2021년은 체질 개선으로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21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이루는 등 목표를 초과달성하며 순항한 데 따른 것이다. 운용선단 확대와 흑자 실현 등 외형성장을 이루며 재도약의 첫 발을 뗐으니 이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장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영업실적을 좌우할 컨테이너선 해상 운임은 작년 초 대비 3배 가까이 오르며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작년 말 임금협상에 어려움을 겪으며 자칫 파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치닫을 뻔 했으나 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들이 두 달 뒤 임기가 끝나는 배재훈 사장(사진)의 연임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배 사장은 새해를 맞아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 상반기 1만6000TEU 컨테이너선 8척을 추가로 인수하는 등 HMM의 성장은 끊임없이 계속될 예정"이라며 "디 얼라이언스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시장 변화에 밀접히 대응하는 영업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화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며 "체계적인 선복관리와 해상직원의 역량 강화, 안전운항 및 리스크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외형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체질을 갖추자는 주문이다.

이날 신년사에는 경영 정상화에 대한 배 사장의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과 디 얼라이언스 합류를 계기로 재도약을 꿈꾸면서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던 작년과 온도차가 느껴진다는 점이 근거다. 당시 배 사장은 미중 무역분쟁 등 물동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로벌 교역환경의 변화에 무척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우려 대신 '위닝 멘탈리티'를 언급하며 임직원 독려에 앞장섰다. 위닝 멘탈리티란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확신을 뜻한다. 배 사장은 "이제 우리 모두 위닝 멘탈리티를 발휘할 때"라며 "강한 의지와 신념을 갖고 승리의 결과를 내뤄내자"고 강조했다.


자신감의 배경은 탄탄한 영업실적으로 풀이된다. 배 사장은 임기 2년차인 지난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당초 HMM은 선대 확장 후 실적 개선까지 수개월의 시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3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보다 한 분기 일찍 흑자(1387억원)를 달성했고 2분기엔 영업이익률이 16.12%까지 치솟았다.

항로 합리화와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구조 개선에 힘쓴 결과였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HMM이 주력으로 하는 미주 노선의 해상 운임이 큰 폭으로 오르며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졌다. 올해 순차적으로 1만6000TEU급 선박을 들여와 선복량이 확대되면 이익 증가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2783까지 오르며 2009년 집계 시작 이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최근엔 노조와 임금협상에 성공하며 최대 리스크로 꼽혔던 파업 위기를 무사히 넘기기도 했다. HMM 사측과 해원노동조합은 작년 12월31일 오후 2시부터 9시간30분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임금 2.8% 인상 △코로나 극복위로금 100만원 △해상수당 신설 등이 담긴 임금인상 조정안에 서명했다. 양측이 합의에 도달한 건 새해를 30분 앞둔 밤 11시30분께였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자칫 새해 물류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배 사장은 사측 대표로 직접 임단협 조정 회의에 참석해 노조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HMM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아래에 있는 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 대규모 인상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이 작년에 거둔 성적표가 배 사장의 연임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표이사 교체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작년의 성과를 비중있게 살펴볼 거란 점에서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게 중론인 만큼 벌써부터 배 사장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배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성적표가 아주 좋았다"며 "배 사장도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MM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 늪에서 탈출했고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증권사 리포트가 올라오는 등 외관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며 "경영 정상화에 성큼 다가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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