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SK E&S]수소사업 본격화, 자금조달 ESG 효과 누릴까서건기 재무본부장, 2017년부터 CFO 역할…차이나가스 매각·그린론 조달 '눈길'
박상희 기자공개 2021-03-16 08:52:39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때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수단 중의 하나다. 관건은 재원 마련이다. 재무 여력을 과도하게 벗어난 대규모 M&A는 종종 '승자의 저주'로 되돌아오곤 한다.이런 점을 감안할 때 수소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의 한축으로 삼은 SK E&S에는 행운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다. 신사업의 불확실성 등으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린론으로 3억달러를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이 자금은 미국 플러그 파워(Plug Power) 지분 투자를 포함한 수소 사업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플러그 파워 지분 투자와 맞물려 재원 마련을 고민하는 인물은 서건기 재무본부장이다. SK E&S는 회사 내에 공식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직함은 없다. 회사 안팎에서는 자금 조달 계획을 총괄하는 등 CFO 역할을 하는 임원으로 서 본부장을 꼽고 있다.
1972년생인 서 본부장은 SK E&S 재무본부장 직무대행을 하다 2017년 정식 재무본부장으로 발령났다. 올해로 5년째 SK E&S의 CFO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 본부장이 CFO 역할을 맡게 된 시점은 SK E&S가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시도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SK E&S는 SK㈜가 지분 90%를 갖고 있는 자회사다. 처음에 도시가스 지주회사로 시작해 액화천연가스(LNG)로 사업을 확대했으며 3~4년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했다. 최근엔 SK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사업을 책임질 핵심 계열사로 손꼽히고 있다.
공교롭게도 SK E&S가 수소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재무 건전성 전망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SK E&S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면서 사업안정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현금창출력 축소와 향후 투자계획 감안 시 단기간 내 재무부담 축소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K E&S가 올해 플러그 파워 투자에 나서자 재무부담이 우려된다며 신용등급을 지난달 Baa2에서 Baa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자금조달을 책임지는 CFO 입장에서는 부담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다행인 점은 플러그 파워 지분 투자 및 수소 사업 진출이 최근 트렌드인 ESG(친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개선) 투자에 부합한다는 점이다. 서 본부장도 이러한 점을 십분 활용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으로 구성된 '해외 M&A·투자 공동지원 협의체'와 그린론 계약 체결을 통해 3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그린론(Green Loan)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효율화 등 환경 친화적 사업 분야로 투자 용도가 한정된 대출을 뜻한다. 그만큼 금융기관의 인증절차를 통과하기 까다롭고 세부적인 자금 관리도 필수적이지만 장기적으로 환경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글로벌 에너지 기업 및 금융기관들의 파이낸싱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SK E&S는 플러그 파워 지분투자를 지주사인 SK㈜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각 8000억원씩,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SK E&S는 8000억원 가운데 약 3000억원 가량의 금액을 그린론을 통해 조달한다.
서 본부장은 그린론 조달에 앞서 공모채 시장에서 5000억원을 조달했다. 해당 자금은 플러그 파워 지분 투자 재원은 아니다. SK E&S는 공모채 발행자금은 기업어음증권(CP)의 채무상환자금으로 300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2000억원은 법인세 납부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SK E&S 관계자는 "그린론은 친환경사업 등 사용 목적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플러그 파워 지분 투자를 비롯한 수소사업 투자에 쓸 계획"이라면서 "플러그 파워 지분 투자에 추가로 필요한 5000억원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활용하거나 시장에서 별도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향후 수소 등 신규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부터 자금조달에 몰두해왔다. SK E&S는 지난해 4월 차이나가스홀딩스(CGH)의 지분 10.25%(5억3503만주) 전량을 매각해 1조814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2020년 9월말 기준 잔여 유동성은 1조7000억원 가량이다.
SK E&S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와 추진하는 새만금 태양광단지 조성사업, 호주 가스전 개발사업 등의 진행상황에 따라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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