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독립론 재점화]윤석헌 원장이 다시 꺼내든 해묵은 이슈①금융감독체계 문제 제기→내부서 대안 마련, 감독정책·집행 일원화 강조
고설봉 기자공개 2021-01-08 07:25:14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해묵은 이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 돼 있는 감독 기능의 재정립을 두고 당국과 학계 등은 10년 넘게 논의를 이어왔다. 그런데 최근 논의가 재점화된 모양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올해를 시작하며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내부적으로도 본격적인 개편안 구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독립 주장의 근거와 현실화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06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새해 들어 금융감독원 독립을 중점으로 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금융당국의 최대 현안으로 재차 떠올랐다.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금감원 독립론'을 주장해왔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이 문제를 또 한번 쟁점화했기 때문이다.금융감독원 내부에서는 개편안을 추진하기 위한 독립의 이론적 근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획·경영부문 산하 기획조정국에서 이에 대한 자료조사 및 연구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물론 금감원 독립의 세부 방안들까지 폭넓게 마련할 방침이다.
◇'금감원 독립' 위한 개편안 구상 본격화
윤 원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국제통화기구(IMF)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산업 육성정책과 감독정책 간의 견제와 균형, 감독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해 시작부터 윤 원장이 이러한 논제를 꺼낸 건 이미 금감원 내부적으로 독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 실무부서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해외사례 및 관련 법령 등에 대한 조사 및 연구에 착수했다.
이번 개편안 마련은 기획조정국에서 전담한다. 기획조정국은 금감원 업무 전반에 관한 조정과 업무계획 수립을 전담한다. 또 조직 및 예산 관리와 국회 등 대외업무를 주관하는 곳이다. 기획조정국은 금감원 운영에 대한 계획 등을 만들고 국회 등을 상대로 대관활동을 벌이며 특정 사안을 이슈화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편해야 한다는 방향은 잡지 않았다. 다만 윤 원장이 평소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기능을 한 곳에 두면 안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보다 큰 틀의 개편론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개편안을 그대로 단행하기가 불가할 것이란 안팎의 평가가 우세하다. 근본적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금감원 상위 기구인 금융위를 '개혁'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 안팎에선 윤 원장이 꺼내들 카드는 금융감독기능 중에서 감독정책과 감독집행을 합치는 개선안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금융위에 포함돼 있는 일부 감독정책이 금감원으로 이관되거나 최소한 금감원의 감독정책에 자율권을 조금 더 보장하는 쪽으로 대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정책과 감독집행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 감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곧바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금융사고 예방 및 규제가 올바로 집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감독정책과 감독집행 통합 방향키
우선 지금의 금융감독체계는 2008년 만들어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통합해 금융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이후 현재까지 금융감독 기능에 있어 금융위가 감독정책 기능을 수행하고, 금감원이 감독집행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개편의 이면에는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 기능을 통합해 수행하면 효율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금융시장의 개방화와 겸업화, 불안정성 증가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보다 유연하고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조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윤 원장을 비롯한 반대편에선 금융위에 집중된 금융산업 진흥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다. 대표적인 논거는 현재의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가 금융산업의 청책과 감독을 모두 관장해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란 것이었다.
특히 2019년과 지난해 연달아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감독체계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를 사전에 감독하지 못하고 사후수습에만 그쳤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윤 원장은 맞대응 성격으로 이같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의 사모펀드 사태와 과거 저축은행 및 카드 사태 등은 모두 금융감독체계 상의 문제"라며 "글로벌 금융 선진국들을 보면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이 분리돼 있는데 이는 견제와 균형을 맞춰두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학자 시절부터 감독체계 개편론
윤 원장의 금감원 독립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학자 시절부터 줄곧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외쳐왔고 금감원장에 부임한 뒤에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독립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하며 본격적으로 금감원 독립을 쟁점화했다.
학자 시절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 여러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의 금융감독시스템이 구축된 2008년 이후부터 목소리를 높여왔다. 다만 윤 원장의 주장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0년대 들어서다. 2014년 국회 정무위원회 주재 토론회에 참석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업무를 분리해 독립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이목을 끌었다.
2017년 금융혁신위 위원장에 위촉된 뒤에는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당시 막 취임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금감원 독립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18년 5월 금감원장 취임사에선 "금융감독원이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은 이름 그대로, 금융을 '감독(監督)'하는 것이 임무이고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주장을 다시 내놓은 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올해 5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임기 내에 실현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논제를 갑작스럽게 다시 꺼내든 셈이다. 이를 두고 윤 원장이 역대 최초로 연임 기록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걸었던 공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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