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LH사태 불똥 튄 전금법 개정안…한국은행만 '속웃음' 정무위 '이해충돌법'만 집중, 금융위 측 지급결제권 확보 시도 공회전

김규희 기자공개 2021-03-23 13:57:38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2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한은)과 금융위원회(금융위)의 갈등을 초래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논의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란 암초까지 만났다. 금융권과 정치권 시선이 LH 사태로 쏠리면서 가뜩이나 진척되지 않았던 전금법 논의도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과 금융위의 전금법 개정안 논의는 헛바퀴만 돌고 있다. 양측 실무진은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들의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결제 관련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결제정보를 외부기관에서 청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금융결제원(금결원)을 청산기관으로 지정하고 금융위가 관리·감독 권한을 갖도록 한 점이다.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법’”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금융위가 금결원을 통해 빅테크 기업의 거래정보를 제한 없이 수집할 수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면에는 한은의 고유권한으로 여겨졌던 지급결제 운영권한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었다.

금융위 역시 “한은의 빅브라더 언급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맞섰다. 빅테크가 분식회계등 금융사고를 일으키거나 도산할 경우 고객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기록을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상시적으로 모든 거래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측이 어느 정도 협의를 이룬 부분도 있다.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 대략적인 큰 조각은 맞췄다. 청와대는 3일 이승헌 한은 부총재와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최영진 개인정보보호위 부위원장을 불러 전금법 관련 의견을 나눴다.

금융위가 들여다볼 수 있는 빅테크 내부거래 정보를 최소화하고 정보를 익명화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기존 금결원 금융공동망과 별개로 빅테크와 핀테크 지급결제망을 신설해 분리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부안 협의점을 찾지 못해 국회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LH 사태가 터지면서 전금법 개정안을 조율하고 있는 정무위의 시선이 ‘이해충돌방지법’에 온통 쏠린 상황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LH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추진 중인 법안이다. 직무 관련자에 대해 사적 이해관계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부정 이익을 취득한 경우 이를 몰수·추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무위 일정 자체가 이해충돌방지법을 중심으로만 흘러가고 있다. 국회 정무위는 당초 지난 15일 예정됐던 법안소위를 다소 늦춰진 18일 열었다. 17일 오전에 열린 이해충돌방지법 공정회 일정 때문이다. 정무위 전체회의는 17일에서 24일로 늦춰졌다.

전금법 개정안은 오는 22일 열릴 법안소위에서 다뤄질 예정이지만 이때도 역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과 금융위 뿐 아니라 기업과 금융권 등에서도 의견 차가 커 조율이 쉽지 않은 가운데 정부위 관심도 온통 LH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정무위 뿐 아니라 국회 전체가 LH 사태로 들썩이고 있다”며 “전금법 세부 내용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당분간 관련 논의는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정국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전금법을 비롯해 사회적연대기금법 등 주요 금융법안 처리가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황이 지지부진하자 한은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전금법 개정안이 공전하게 되면 한은이 주장하고 있는 지급결제 권한 유지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융위 측은 난감한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 내부에서는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아무래도 법안 논의가 늦어질수록 급해지는 건 금융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계속해서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감정적인 다툼이 아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정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급결제제도 안정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무진이 만나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며 “이용자 보호를 강화 거래 투명화를 위해 차분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