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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제홍 새로닉스 대표의 승부수 통할까 핵심 계열사 엘앤에프 대표 사임…실적 악화 극복할 신사업 구상, 지주사 전환 채비

조영갑 기자공개 2021-03-25 11:33:22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양극재 대장주 엘앤에프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GS가(家)' 허제홍 새로닉스 대표가 그리고 있는 경영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사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새로닉스의 채산성이 악화한 데다 핵심 계열사인 엘앤에프의 경영에서 손을 뗀 만큼 허 대표가 위기상황을 극복할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새로닉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630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비슷한 수준(1638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진짜 성적표’인 별도기준 실적이다. 새로닉스 자체 사업의 질이 더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별도기준 매출액 627억원,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28억원, 5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력 계열사인 엘앤에프 등이 지난해부터 양극재 사업을 확대하자, 관련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돼 착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허제홍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2018년 3월 이후 겸직을 해오던 엘앤에프 대표이사직을 지난 17일 사임하는 대신 새로닉스 대표이사직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비교적 정상 궤도에 올라있는 엘앤에프는 전문경영인 최수안 대표에게 일임하고, 새로닉스를 중심으로 한 그룹사 전체의 그림을 손질하겠다는 의도를 시장에 내비친 셈이다.

새로닉스 사정에 두루 밝은 업계 관계자는 "새로닉스는 그룹사의 모태"라며 "2010년 허 대표의 선친인 허전수 회장이 건강악화로 별세하기 전까지 새로닉스는 LCD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LG-GS 그룹의 연결고리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이른 나이(31세)에 회사를 물려받은 허 대표에게 새로닉스는 조부·선친의 '유산'과 같은 회사다. 새로닉스는 1968년 허 대표의 조부 허학구 전 회장이 설립한 정화금속이 모태다. 허 전 회장은 LG그룹 공동창업주 허만정 선생의 차남이다.

2000년 새로닉스로 사명을 바꾼 이후 허전수 전 회장을 중심으로 LG전자, LG디스플레이에 포커스 팩(Focus pack), 어댑터(Adaptor), LCD용 인벤터(Inventer) 등을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워왔다. 주주 구성도 허 대표 및 동생인 허제현 부사장 등 허씨 일가가 65.29%(광성전자 포함)를 쥔 전형적인 ‘친족기업’ 형태다. 그룹사의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된 양극재 사업은 2005년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부터 가속화된 중국의 디스플레이 투자로 인해 원가경쟁력에서 고전, 새로닉스의 사업도 정체기를 맞고 있다. 예컨대 주력 제품이던 LG디스플레이 향 FFC(Flexible Flat Cable) 매출은 지난해 대폭 감소했다. 2019년 80억원 수준이던 FFC 매출은 1년 만에 반토막 나 4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LG전자와 종속회사 Kwang Sung Electronics에 공급하는 플라스틱사출(Plastic Injection Molding and Assembly) 디바이스의 매출액은 2019년 76억원에서 지난해 9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업계에선 허 대표가 새로닉스의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극재 섹터의 활황을 타고 환경솔루션 기업에서 양극재 기업으로 변모한 ‘에코프로’의 사례처럼 양극재 사업을 축으로 그룹사의 구조를 손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사업을 에코프로에 비해 일찍 시작했음에도 수익화에는 뒤처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극재가 아닌 기존 디스플레이 및 디바이스 제조 노하우를 기반으로 점진적 ‘피봇(pivot)’을 할 가능성도 크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혹은 장비사업 등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한정된 매출처(LG)에서 벗어나 수익구조를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새로닉스 관계자는 "기존 주력사업의 업황이 다소 침체돼 있어 사업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은 유지하면서 매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동시에 지주사 전환 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로닉스를 명실상부한 사업지주사로 만들고, 허 대표를 정점으로 지배구조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허 대표는 새로닉스의 지분 21.04%를 보유하고 있지만, 엘앤에프의 개인 지분은 2.5%에 불과하다. 대신 새로닉스를 통한 간접지배(16.41%)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새로닉스는 지난해 8월 엘앤에프의 주식 57만주를 143억원에 추가로 취득하면서 자회사 지배력을 확대했다. 지분율은 16.29%에서 16.41%로 상승했지만, 엘앤에프의 주가 상승으로 자산가치는 크게 올라갔다.

추가 매입 당시 4만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현재(22일 종가) 6만8000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새로닉스가 쥐고 있는 엘앤에프의 주식(460만주) 가치도 3128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다만 원가법 기준 새로닉스가 보유한 엘앤에프의 주식 가치는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향후 지주사 요건(자산총계 5000억원)을 충족하려면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로닉스의 지난해 말 자산총계는 14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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