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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LG에너지솔루션]비상장사 한계 극복 못한 초대 이사회①LG 인물 5인 구성...신학철 의장 "사외이사 선임" 약속 이행 시점은

박기수 기자공개 2021-03-29 11: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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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4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LGES)이 탄생하기 전인 지난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 후 LGES가 비상장사 상태임에도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갖추겠다"고 공언했던 바 있다. 하지만 LGES의 초대 이사회는 LG그룹 사내 인물들로만 채워졌다.

아직 출범한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회사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독립성 등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선이 있다. 반대로 초대 이사회는 기업의 정체성을 비롯해 독립적 이사회 경영의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LGES는 기업공개(IPO)가 예고된 기업으로 언젠가 모회사인 LG화학 수준 혹은 그 이상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된 수준 높은 이사회가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다.

LGES의 초대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 2인과 사내이사 2인, 감사위원 1인 등 총 5인으로 구성됐다. 기타비상무이사 2인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하범종 ㈜LG 부사장(재경팀장)이다. 사내이사 2인은 최고경영자(CEO)인 김종현 사장과 최고재무관리자(CFO)인 이창실 전무다. 감사는 LG화학 CFO인 차동석 부사장이다. 이사회 의장은 신학철 부회장이 맡았다.

초대 이사회는 '재무통'이 꽉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범종 재경팀장은 LG그룹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인물이다. 또 자사 CFO를 이사회에 포함했다는 점은 재무적 성과를 이사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관리해야 할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여기에 모회사 CFO를 감사위원으로 두며 이사회에 포함시킨 것 역시 향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논의가 핵심 사안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물적분할 이전 이사회와 비교하면 재무통들의 이사회 존재감은 극명히 드러난다. 물적분할 이전 배터리 사업 관련 안건을 의결했던 LG화학 이사회의 사내이사진은 권영수 ㈜LG 부회장 겸 LG화학 이사회 의장, 신학철 부회장(CEO), 차동석 부사장(CFO) 뿐이었다.


초대 이사회 구성을 두고 LGES의 폐쇄 경영 기조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기업의 주요 경영판단사안을 감시하는 감사위원을 모회사 CFO로 뒀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LGES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차동석 부사장은 작년 12월 초 열렸던 1차 이사회에서 △이사회 규정 제정 △이사회 의장 선임 △대표이사 선임 △재무담당 최고 임원·준법지원인 결정 등 경영핵심사안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모두 찬성 표를 던졌다.

시장 관계자는 "감사위원은 이사회 규정과 의장 선임, 대표이사 선임 등 기업의 핵심사안을 승인하는 역할을 맡는다"라면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경영진 관리 감독 능력 확보와 함께 이사회 독립성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배경은 자금 모집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비상장사로서 외부 주주의 간섭 없이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것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회사의 기틀을 잡고 직면해있는 주요 경영 판단사안을 빠르게 내리기 위해 초대 이사회를 LG그룹 사내 이사로만 구성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나 LGES는 출범 시기와 맞물려 경영과 관련해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있다. 2019년 초부터 이어졌던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과 현대차 코나EV 리콜 사태에서 비롯된 분담금 문제 등 대외 이슈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역시 LG그룹 내 인물들로 이사진을 구성한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기업공개(IPO)와 함께 사외이사 선임 등이 이뤄질 경우 '비상장사임에도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라는 신학철 부회장의 약속은 무의미해진다. LGES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 등 이사회 개편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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