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3월 30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글과컴퓨터 이사회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의 존재감이다. 2017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후 경영 참여를 통해 적극적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특히 박성민 크레센도 부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이후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재선임됐고 계열사인 한컴위드에서도 신임 이사로 선임되며 그룹 전반에 걸쳐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가 크레센도와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17년이다. 당시 크레센도로부터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8년 3월 정기 주총에서 박성민 부사장을 당시에 없었던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했다. 박 부사장은 이후에도 꾸준히 기타비상무이사로 자리를 지키며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올해 초에는 한글과컴퓨터 최대주주인 한컴위드에도 130억원을 투자했다.

박 부사장은 30일 개최한 정기 주총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안건이 의결되면서 이사회에서 역할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크레센도의 한글과컴퓨터 투자를 주도하며 전담 투자파트너로 입지를 굳혔다. 한글과컴퓨터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추천 사유로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회사 경영 전반에 조언과 감독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크레센도는 미국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 전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경영참영형 PEF다. 세계 시장에서 섹터별 우량 기업에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당시 피터 틸 회장은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글로벌 사업 파트너를 물색했다. 한글과컴퓨터에 투자하면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크레센도는 국내 유망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적극적으로 성장을 지원해 수익을 극대화는 전략을 쓴다. 특히 투자한 기업의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 경영상 주요결정에 참여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투자한 동아지질의 경우에도 도버홀딩스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했고 박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경영 자문 등의 활동을 펼쳤다.

업계 관계자는 "크레센도는 기술력 기반의 차별화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선별해서 투자하며 향후 특정 사업을 해외로 진출시키거나 육성하는 전략을 쓴다"면서 "장기 투자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이사회에 참여해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견제와 경영 독립권 등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상법상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를 말한다.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비상근 이사에 속하지만 특별한 자격 조건이나 겸직제한이 없는 등 선임에 부담이 적다. 대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는 의무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기업들도 이사회 내부에 우호세력으로 활용하기 쉽다. 이 때문에 주요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전반적인 상황 파악에 유용한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박 부사장은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계열사인 한컴위드에서도 대규모 투자와 함께 이사진에 진입했다. 한컴위드는 이번 주총에서 박 부사장을 신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보안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는 한컴위드는 한글과컴퓨터 지분 19.9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