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05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심있게 본다면 세이버 매트릭스 또는 세이버 매트리션이란 용어를 흔히 접할수 있다. 우리나라 팬덤에선 분자 단위로 야구를 해부하는 듯한 이 빅데이터 놀음은 달갑지 않아 한다. 미국에서도 분석지표의 효용성을 둔 논란은 여전하다. 다만 세이버 매트리션이 등장한 계기, 주목받은 시기를 놓곤 이견이 없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윌리엄 라마 빈(빌리 빈) 단장은 2000년대 초 메이저리그 판도를 바꾼 인물이다. 빌리 빈 단장은 '올드 스쿨'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투타 지표를 배격하고 세이버 매트리션을 중용했다. 경제·정치적 이슈가 얽히고설키지만 요약하면 '여유가 없는 와중에서도 옥석가리기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뉴욕 양키스로 대표되는 빅마켓들은 자본의 힘을 앞세운 묻지마 투자로 클래식 스탯이 우수한 선수를 싹쓸이해 갔다. 스몰마켓들은 생존을 위해 그들만의 스카우트 전략을 확립해야 했다. 빈 단장은 세이버 매트리션을 활용해 출루율이 높은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로 팀을 꾸렸다. 자본의 무게로 기울어진 야구 운동장에서 버텨낸 비결이다.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20연승에 성공했다. 세이버 매트리션 신드롬의 시작이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2011년 '머니볼'이란 영화가 제작됐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성공사례는 많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야구를 '스포츠'가 아닌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하도록 이끌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빅데이터 활용 사례는 우리나라 바이오 투자 업계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K바이오의 투자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는 '임상 또는 라이선싱 이벤트의 유무'로 요약된다. 과거 투자자들은 애초에 회사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우니 임상과 기술수출(L/O)과 같은 대외적 큰 이슈에 집중했다.
임상과 L/O의 의미 또한 크다. 다만 '이 이벤트가 정말 회사의 가치를 온전히 대변하는가'라는 질문엔 여느 전문가들도 선뜻 답을 내놓기 어렵다. 올드 스쿨, 클래식 스탯의 한계가 여기에 있다.
'머니바이오'의 시대는 열렸다. 자본은 한정되지만 한층 똑똑해진 K바이오 투자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더이상 임상과 라이선스 아웃(L/O) 정보에 매몰되지 않는다. 각종 파이프라인 혹은 코로나19 임상, L/O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며 주가를 부양하던 회사들이 시장에서 빛을 잃기 시작한 점이 일례다.
더벨은 이 흐름에 맞춰 제약·바이오 업체의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로 내놓고 있다. 약물의 효능 대신 자금조달 내역을, L/O으로 얼마나 돈을 받았는가보다 임직원이 동반 성장하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관련 콘텐츠가 회사의 좋고 나쁨을 보증하진 않는다. 다만 임상과 라이선싱과 같은 클래식 스탯에 집중하다 진면목을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제라도 콘텐츠를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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