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07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3월22일 서울 강남구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 현대모비스 주총이 열린 이곳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측은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맞붙었다. 양측이 낸 후보는 각각 2명. 앞서 진행된 표결에서 이사회 증원이 무산돼 공석은 단 2개였다.의외로 결과는 싱거웠다. 사측 후보들이 출석주주 90% 이상의 지지를 받은 반면 엘리엇 추천 인사들은 찬성률이 20% 중반에 그쳤다. 완패한 엘리엇은 그해 말 보유 중이던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그로부터 2년 뒤 현대모비스가 난데없이 사외이사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마진콜 사태가 불거진 미국 아케고스 캐피탈의 공동대표 브라이언 존스가 이사회 멤버라는 이유다. 엘리엇과의 한판승부에서 승리를 안겨준 인물 중 하나다. 미국에서 갑자기 날아든 소식은 현대모비스를 당황케 하기 충분했다.
존스는 단순한 사외이사 그 이상이다. 현대모비스가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처음 선임한 외국인 이사다. 엘리엇 측과 대결을 펼친 인물이니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후보가 됐을 거란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재무·회계 전문가로 글로벌 IB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한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선 지금의 상황이 억울할 수 있다. 오너일가나 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로 인한 리스크는 예상 자체가 불가능했던 일이다. 하필 존스 이사가 공동대표 직함을 갖고 있어 자칫 이번 사태에 직접적으로 얽혀있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단지 그가 이사회에 속해있단 이유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실체 없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의외로 침착하고 차분하다. 속까진 모르겠으나 최소한 겉으론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존스 이사 개인이 법적 문제에 엮여있거나 도덕적 결함이 발견된 게 아닌 만큼 성급히 거취 변화 등을 검토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논리는 이렇다. 주총에서 주주들의 의결로 선임된 이사의 임기는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단계로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존스 이사는 아케고스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투자가 아닌 인사와 조직운영 등을 맡고 있다.
현행 상법도 이사의 독립적 지위를 보호한다. 중도해임을 위해선 주총을 열고 출석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선임시(과반)보다 가결 기준이 높다. 특히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해임된 이사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회사가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게끔 장치를 마련해둔 셈이다.
따라서 섣불리 행동에 나설 필요가 없다. 지금처럼 차분히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조치가 필요하다면 SEC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취해도 늦지 않다. 이사의 독립성 강화는 엘리엇과의 맞대결 당시 뿐 아니라 지금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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