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이지스운용 거버넌스]주당 '2만8571원' 이지스의 셈법은④2년간 증자·구주 등 동일가 책정…최대주주 지분매각 완결, 경영권안정 등 방점
김시목 기자공개 2021-04-26 13:35:12
[편집자주]
성장가도를 달려온 부동산운용업계 최강자 이지스자산운용의 지배구조가 요동치고 있다. 창업자인 김대영 전 이사회 의장의 작고와 전사 차원의 IPO 계획이 맞물리면서 변화 기류는 더 거세지고 있다. 더벨은 이지스자산운용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요 주주 변화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거버넌스 확립의 배경과 전망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2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증자부터 최근 지분매각까지 사실상 동일한 몸값을 적용, 신규 주주를 맞고 있다. 잇단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성장세가 탄력이 붙은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행보다. 통상 프리IP0 등에서 시장 평가나 실적에 따라 가치를 극대화하는게 일반적인 점을 감안하면 손화자 씨 등 구주주의 지분매각가가 적정했는지는 의구심이 따른다.동일 주당 가격은 종착지인 안정적 경영권 확립을 위한 철저히 계산된 전략적 합의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도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지분매각 등 거래 종결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 변동 등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점이 고려됐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상장을 위해 지배구조 변화까지 감행한 만큼 무리한 가격 욕심 대신 성장과 안정에 방점을 찍는 카드를 택했다.
◇ 폭풍 성장, 밸류에이션 사실상 유지
상장을 공표했던 이지스자산운용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이슈가 구체화된 시기는 2019년 말이다. 기업가치에 대해 다양한 예측이 나왔지만 당시 이뤄진 3자 배정 증자 과정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의 몸값이 현실화됐다. 중견 건설사 우미건설그룹 계열 우미글로벌이 이지스자산운용 증자에 참여하면서 책정받은 가치가 4500억~5000억원대다.
2020년초 나란히 이지스자산운용 주주가 된 KB증권과 태영건설 등 재무적 및 전략적 투자자 역시 동일한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았다. 증자에 따른 가격 변동 요인이 발생한 후지만 비슷한 시기 거래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가격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크지 않았다. 정확한 시기는 알수 없지만 이듬해 구주를 사들인 금성백조주택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올해 3월 구주를 사들인 SK증권의 매입가는 의구심을 낳기 충분하다. 2019년 당시 거래된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2년전 자금을 태운 투자자 입장에서는 2년간의 자금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충분히 당황할 수 있는 가격이다. 반면 SK증권은 저렴한 가격에 투자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정반대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자본확충은 물론 폭발적인 성장가도를 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산정에 더욱 의문점이 남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부동산 비즈니스가 만개하면서 영업수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부동산운용업계는 물론 자산운용업 전체에서도 미래에셋, 삼성, KB운용 다음 순이었다.수탁고 역시 16조원을 목전에 둘 정도로 성장했다.
일부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의 가격 측정에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2019년 처음 책정했던 가격이 과도했거나 지금 가격을 과소평가했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기업가치 책정에 대한 혼선이 있었던 것. 그만큼 2년여 가까이 이지스자산운용의 성장세는 가팔랐고 업계 1위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했다는 점에서 ‘톱티어’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라 다소 정체될 수 있는 기업이 아닌 높은 이익성장률을 기록 중인 회사가 2년여 가까이 밸류에이션이 사실상 그대로 책정된 점은 의혹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주주나 상장에 관여하는 관계자들 사이에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2년전 더 싼 가격에 샀어야 하지 않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 최대주주 지분매각, 안정적 경영권 확립 '방점'
업계에서는 가격 이슈 대신 거버넌스 확립과 상장 완료에 초점을 둔 이지스자산운용의 계산된 행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줄곧 선대 창업자, 현 경영진까지 지속적으로 소유와 경영의 구분에 근간한 성장 철학과 의지가 명확한 곳이다. 2대주주이자 경영자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변화도 이지스자산운용이기에 가능하단 평가도 나온다.
장기 투자자 성격의 주주들 역시 아쉬운 점은 있지만 불만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점도 이와 무관지 않다. 최대주주는 자금마련이 지속적인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책정을 통해 거래 변동성을 높이기보다는 안정적 엑시트에 나서는 쪽을 택했다. 물론 알려진 조건과 달리 향후 발생할 가격차를 상쇄할 조항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
손화자 씨 역시 별세한 고 김대영 전 의장의 생전 철학에 맞춰 초반부터 경영권에 손을 떼고 회사 도약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격에 무리수를 두다가 조갑주 대표를 비롯 이지스자산운용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변수 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기존 책정 가격에 맞춰 지분을 매각하는게 손 씨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부담을 낮추고 명분을 쌓을 수도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입장에서도 결국 이 모든 과정의 마침표인 성공적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위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상장 전 무리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나서다가 상장 공모에서 밸류에이션 책정 등 역풍을 오히려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한없이 가격이 올라간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우군 확보란 최대 과제를 두고 있는 점도 고려 요인이었다. 지분매도 후 거버넌스 영향을 최소화해야하는 만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밸류에이션을 책정하고 있다. 2019~2020년 증자 후 2020년 구주 매입을 통해 유입된 SK증권, 금성백조주택, 우미건설 오너의 개인 회사인 선우이엔씨 등 역시 모두 같은 맥락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게 비슷한 밸류에이션을 책정하는 것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구주물량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꾸준히 지분매각에 나서야 하는 입장에서 지속성을 유지하는 이유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지스자산운용의 지배구조 확립에도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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