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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설립 8년차 중견 운용사 중추로 안착, 글랜우드 PE 정상엽 이사기본기 탄탄 키플레이어…30대 주목받는 신성

노아름 기자공개 2021-04-23 14:35:46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3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많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각자의 경쟁력을 무기로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단연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하우스로 꼽힌다.

인수후 통합(PMI) 전략이 주효했던 SK매직(옛 동양매직)에서부터 △한라시멘트(옛 라파즈한라시멘트) △서라벌도시가스·해양에너지(옛 해양도시가스) △한국유리공업 △PI첨단소재(옛 SKC코오롱PI) △올리브영 등에 이르기까지 글랜우드PE는 국내외 굴지의 기업에서 독립한 사업부를 인수하는 카브아웃 거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2014년 설립돼 어느덧 설립 8년차를 맞이한 글랜우드PE는 이상호 대표, 정찬욱 부대표, 정종우 전무 등 3인의 파트너 이외에도 허리급 운용역이 '일당백'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령탑이 꼽은 글랜우드PE '키 플레이어'는 정상엽 이사다. 합류한 기간은 3년여에 불과하지만 글랜우드PE 16명 구성원 중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는 평가다.

◇성장 스토리: 2008년 금융위기 터닝포인트…투자 매력에 눈 떠

사실 정 이사가 학창시절부터 금융투자업에 관심을 보였던 건 아니다. 정 이사는 부모님이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 자연스레 의사를 꿈꿨다. 학부 졸업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기도 했다. 다만 많은 이들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의 삶에도 변곡점을 마련해줬다.

대학교 재학 당시 뉴욕 월스트리트를 오가며 목도한 광경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던 회사도 하루아침에 휘청거렸다. 금융자본의 위력을 실감하던 순간이었다. 정 이사는 의사가 의술을 통해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처럼 금융을 통해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재무적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2011년 정 이사는 컬럼비아대학교 산업공학 학사 학위를 딴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입사제안을 마다하고 곧장 PEF 운용사를 택했다. 바이아웃(buyout) PE에 매력을 느끼면서 당시만 해도 신생 운용사였던 한앤컴퍼니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뗐다.

한앤컴퍼니에 7년 가까이 몸 담는 동안 정 이사는 역동적인 나날을 보냈다고 기억한다. 새로 만들어진 운용사의 막내였던 정 이사도 눈꼬틀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2012년에는 입사 2년차에 산업은행 등 인수금융단을 이끌고 멕시코 현장 실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전용선 사업부(에이치라인해운)를 비롯해 굵직한 딜도 경험했다. 위메프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한앤컴퍼니에서 만 6년간 6건의 거래에 관여하며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투자 스타일·철학: "적극적인 대처와 원칙중심 투자"

정 이사가 산업군을 깊게 들여다보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게 된 건 2017년 무렵이다. 한앤컴퍼니에서 일하던 기간 동안은 새벽 이전 집에 들어간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경주마처럼 달려왔다고 회상한다. 이 무렵 밤새가며 만든 비즈니스모델이 실제 피투자기업에서는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위메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업환경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한다"는 정 이사의 투자철학은 위메프로 이직한 이후에도 유효했다. 당시에는 위메프가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오픈마켓뿐만 아니라 상품을 미리 사서 되파는 직매입 사업도 병행하고 있었다. 물류센터를 갖추지 않은 이커머스 사업자가 영위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큰 구조였다. 분석 툴(tool)을 적용해 위메프의 현황을 자세히 뜯어봤다. 결국 위메프는 직매입 비즈니스가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를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정 이사는 "위메프에서 재무·전략·M&A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며 머릿속에서 구상하던 전략이 어떻게 현실에 반영되는지 체득하게 됐다"며 "적절한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기업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 이사는 투자 과정에서 원칙 중심의 판단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다양한 구조화 딜을 경험했지만 기본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피투자기업이 속한 시장에서의 지위, 기술력, 성장성, 법률·세무 리스크 등 확인해야 할 사항을 꼼꼼하게 검증한 후에야 후속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펴 투자 건을 하나하나 검토해왔다"며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도 이러한 기본을 충족시키는지 끊임없이 물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찾아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1: 인수부터 PMI까지…애정 담긴 PI첨단소재

2019년 봄 글랜우드PE에 합류하게 되며 정 이사는 PEF 세계로 돌아왔다. 위메프에서 유통 플랫폼 등 역동적인 산업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얻은 뒤 다시 투자업계에서 출발선상에 선 셈이다. 글랜우드PE에서 처음 맡게 된 딜이 PI첨단소재 인수다.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PI첨단소재(옛 SKC코오롱PI)는 글랜우드PE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와 경합 끝에 따낸 딜이다. 실사에 돌입한 이후 거래종결까지 약 반년이 소요됐는데 정 이사는 글랜우드PE로 자리를 옮긴 첫 해에 PI첨단소재 인수 업무를 맡게 돼 옛 친정인 한앤컴퍼니와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PI첨단소재는 2008년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각사의 PI필름 사업부를 떼 내 설립한 합작사다. 2위 업체와 시장점유율이 2배 이상 차이 날 정도로 시장 지위가 탄탄하고, 기술력과 재무건전성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던 회사다. 인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정 이사를 비롯한 글랜우드PE 운용역들은 전기자동차, CoF, 5G, 디스플레이용 바니쉬 등으로 회사가 새로운 도약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임했다.

글랜우드PE는 재고관리와 현금화 선순환을 도모해 PI첨단소재의 기업가치가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체급에 걸맞는 옷을 입히기 위해 이전상장 또한 인수추진 초기부터 검토했다. 앞선 여러 카브아웃 거래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가 여지없이 발현됐다. 결과적으로 글랜우드PE는 인수금융 및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6080억원 규모 바이아웃을 성사시켰다.


◇트랙레코드2: 첩보작전 방불케 한 한온시스템, 카브아웃 이해도 훌쩍

이외에도 정 이사를 단련시킨 딜은 한온시스템이다. 한앤컴퍼니 재직 당시 정 이사 등을 포함해 4명의 운용역이 매달렸던 빅딜이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 단일 거래로는 국내 PEF 역사상 최대 규모로 손꼽히기도 했다. 당시 한앤컴퍼니는 4조원에 달했던 한온시스템 인수 거래를 마무리 하면서 국내 대형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의 입지를 다졌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 시스템 생산분야를 선도하는 회사다. 기술력과 실적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는 팔방미인이었다. 다만 지분구조가 수차례 바뀌면서 각사의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혔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한라그룹 계열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가 5:5로 합작해 설립한 한라공조가 모태다. 외환위기로 한라그룹이 부도를 맞으며 만도기계 지분이 넘어갔고, 1998년에는 포드 산하의 비스테온 계열로 편입됐다. 이후 2013년 비스테온 공조부문과 유럽 각지에 포진해있던 공조회사가 한라공조와 합병됐다.

풍파를 겪는 동안 한온시스템은 체계가 뒤섞였다. 한앤컴퍼니로서는 3개월 내에 얽힌 실타래를 풀고 실사에서부터 협상, 자금조달까지 모두 마쳐야 했다. 거래종결성 못지않게 비밀유지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됐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인력과 자산, 부채, 시스템을 일원화 시키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정 이사는 미국 미시간에서 현장실사를 마치고 한국으로 향하는 공항 라운지에서도 노트북을 꺼내 모델링 작업에 매진할 정도로 촉박하게 진행됐다고 기억한다.

정 이사는 "한온시스템 인수작업에 매진하는 3개월 동안은 일상생활을 뒷전으로 미뤄둘 정도로 정신없이 매달렸다"며 "딜 난이도가 높고 시간에 쫓겼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빅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계 평가: "잘 다져진 기본기 구사하는 강속구 투수"

정 이사와 협업해 온 이들은 그를 꼼꼼하면서도 강단 있는 인물로 기억한다. 기본에 충실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반면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거침없는 의사결정을 내려 시원시원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근거리에서 정 이사를 지켜본 정종우 글랜우드PE 전무(CIO)는 그를 '강속구 투수'에 비유했다.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잘 다져진 기본기를 구사하는 정통파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정 전무는 "투자 검토시 현재의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대상기업이 속한 전후방 산업군을 두루두루 살피는 스타일"이라며 "정 이사는 회사의 내재가치 등 펀더멘탈을 고려해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접근해 많은 이슈들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통파 강속구 투수처럼 기본에 충실한 자세를 갖춘 셈"이라고 짚었다.

외부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PI첨단소재 딜 자문으로 인연을 맺은 최병민 김앤장 변호사는 꼼꼼한 성향과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정 이사의 강점으로 꼽았다.

최 변호사는 "각각의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이슈를 검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본인 관점에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이해될 때까지 파고들어 자문사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줬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글랜우드PE 도약에 힘 보탤 것"

30대 후반인 정 이사는 투자업계 내에서도 젊은 운용역으로 꼽힌다. 다만 이력만큼은 여느 시니어 못지않다. 지난 10년간 7건의 경영권이 수반되는 바이아웃 투자를 집행했고, 이 중에서 4건은 카브아웃 딜이었다. 그는 도전과 성장을 인생의 동력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글랜우드PE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운용사 구성원으로서 힘을 보탤 계획이다. 글랜우드PE는 어느덧 중견 운용사로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1호 블라인드펀드의 청산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등 향후 과제도 만만찮다. 앞서 글랜우드PE가 조성한 블라인드펀드에 출자를 검토했던 한 기관 관계자는 "SK매직으로 글랜우드PE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맞다"면서도 "앞으로 보여줄 성과가 많은 운용사인 만큼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랜우드PE는 운용중인 두 개의 블라인드펀드와 네 개의 공동투자펀드를 통해 투자활동을 지속해왔다. 이에 운용사는 그간 신규 딜 발굴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편 투자기업의 인수후통합(PMI) 등 가치제고 작업에도 공들여왔다. 글랜우드PE의 누적 운용자산(AUM)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정 이사의 목표는 이상호 대표, 정찬욱 부대표, 정종우 전무 등 3인의 파트너를 도와 글랜우드PE가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하우스로 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정 이사는 "글랜우드PE가 금융투자시장을 선도하는 PE 하우스로 발돋움할 수 있게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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