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짜는 엔터사]음반제작 '정공법' 택한 JYP, JYP퍼블리싱 자회사 편입'오너' 박진영 의존 프로듀싱 구조 탈피…16년째 동일한 C레벨, 외연 확장 한계
최필우 기자공개 2021-04-29 08:20:45
[편집자주]
엔터테인먼트는 2010년대 한류 열풍을 발판 삼아 국내 대표 콘텐츠 산업이 됐다. 엔터사들은 플랫폼 발전과 맞물려 두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ICT 기업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이에 걸맞은 지배구조 개편에 한창이다. 새판짜기에 여념이 없는 엔터사들의 전략과 키맨을 더벨이 취재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16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의 연대로 신사업을 벌이는 경쟁사들과 달리 본업인 음반제작에 승부를 걸고 있다. 오너인 박진영 JYP엔터 이사 개인회사였던 JYP퍼블리싱의 100% 자회사 편입도 제작역량 강화 의지로 해석된다. JYP퍼블리싱은 작곡가 매니지먼트 기업이다.이번 개편은 박 이사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차원이다. 16년째 합을 맞추고 있는 C레벨 임원 3인방(정욱 대표 CEO, 변상봉 부사장 CFO, 박진영 이사 CCO)이 안정적 지배구조 정립에 기여했다. 이들은 꾸준한 성과로 호평받고 있지만 동시에 경영전략 보수화로 새 성장 모델을 만들지 못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음반 명가 꿈꾸는 박진영, 시스템 정비 마침표
JYP엔터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박 이사다. 지난해 말 기준 17.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 이사는 JYP엔터 전신인 제이튠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 5.82% 지분을 확보했고 본인이 설립한 비상장 JYP엔터를 흡수 합병하면서 지배력을 현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박 이사 외에는 눈에 띄는 주주가 없다. 각각 2003년, 2006년 JYP엔터에 합류해 박 이사와 동반자 관계에 있는 정 대표와 변 부사장 지분율도 0.4%, 0.1%에 불과하다.

JYP엔터 역시 2010년대 중반 ICT 또는 중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지배구조와 주력 사업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이 시기 JYP퍼블리싱을 설립해 작곡가를 육성했다. 이같은 경영 기조는 JYP엔터를 음반 제작 명가로 키우고 싶어하는 박 이사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하반기 JYP퍼블리싱 지분을 모두 JYP엔터에 넘긴 것도 시스템 정립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다. 박 이사는 본인을 포함해 특정 작곡가, 프로듀서에만 의존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수년간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작곡가들을 대거 영입한 데 이어 앞으로는 작곡가 선발, 관리 방식도 시스템에 맡긴다는 의도다.
박 이사는 JYP퍼블리싱 지분을 넘겼을 뿐만 아니라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JYP퍼블리싱은 한국음악출판사협회장을 지낸 이정윤 대표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JYP엔터의 정 대표, 변 부사장을 합류시켜 사내이사를 겸직하게 했다.

◇'오너·경영진' 리스크 없지만...성장 동력은 '글쎄'
박 이사의 경영방침 덕에 JYP엔터는 본업에 충실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올해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외이사 수를 3명으로 확대한 것도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다.
다만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은 존재한다. 회사 주축인 정 대표와 변 부사장은 각각 19년, 16년째 CEO, CFO로 재직 중이다. 박 이사가 창업 후 CCO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6년째 같은 C레벨 임원 3인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잦은 임원 교체가 없어 경영 안정성을 확보했으나 동시에 전략이 보수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초 회사 성장 주역인 이지영 JYP엔터 프로듀서를 사내이사로 내부 승진시켰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기대하고 기용한 인물은 아니다.
결국 JYP엔터는 사업지역 확대로 양적 성장을 도모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해야 한다. 2010년대 중후반 트와이스의 일본 진출 성공으로 지역적 한계를 일부 극복했지만 같은 방식의 전략을 고수하면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JYP엔터는 엔터사 중 드물게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갖춰 오너와 경영진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곳"이라면서도 "10여년간 안정화에 기여한 경영진이 앞으로 얼마나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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