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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대기업 '사외이사 추천' 프로세스 [thebell desk]

김용관 부국장 겸 산업1부장공개 2021-05-13 09:17:39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2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상법에는 주주총회, 이사회, 대표이사, 감사 등이 명시돼 있다. 총칭해 '지배구조'라고 말한다. 기업을 올바르게,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Governance)를 잘 갖춰야 한다.

그 중에서 핵심은 이사회다. 실제 상법 361조, 393조 제1항을 같이 보면 '회사는 주주가 아닌 이사회가 경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평소 경영진을 지원하는 곳이 이사회라면 이상 징후가 있을 때 문제를 바로 잡는게 사외이사의 역할이다. 경영진과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 즉 외부에서 초청된 '사외이사'가 총수나 경영진을 감시 감독하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외이사 제도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1998년 도입됐다. 사외이사 선임 의무 확대(2001년), 사외이사 비중 확대(2003년) 등이 뒤이어 도입됐다. 최근에는 임기를 제한하고 성별을 다양화하는 등 제도의 정교화가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가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58개 기업집단 소속 266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64명으로 상법 등에 따른 선임 기준보다 119명 초과해 운영 중이다.

실제로 ESG 흐름에 올라탄 기업들은 이사회 독립성 및 역할 강화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사외이사의 성별·국적·직업 다양성 확대, ESG 위원회 및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설치 등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의문점 하나. 이사회의 핵심인 사외이사가 어떻게 추천되고 어떻게 관리되는지 외부인은 전혀 알 길이 없다.

실제 거버넌스 측면에서 가장 앞선다는 포스코나 SK, LG같은 대기업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살펴봐도 추천 경로나 관리 현황을 도무지 알 수 없다. ESG 경영에서 앞서가고 있는 ㈜SK의 경우 세부원칙 4-3항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투명하게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하고 있다'라고만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주사 체제를 최초로 도입한 ㈜LG도 별반 차이가 없다.

민영화 단계를 거친 포스코는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을 설치하는 등 그나마 한단계 앞서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는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부터의 투명성과 독립성 제고를 위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각계 대표 다수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은 사외이사 선임 소요의 3배수 후보를 발굴하여 이사후보추천및운영위원회에 추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사외이사 후보의 추천 경로나 교체나 충원이 필요한 사외이사 후보의 역량 평가 등 후보군(Long List)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일체 제공하지 않고 있다. 주요 기업들에 이를 문의하면 "외부업체를 통해 소개받는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판에 박힌 답변을 내놓는다.

법률이나 규정이 없으니 해당 기업이 공개하지 않으면 사추위 직전 단계에 해당하는 추천 경로나 관리 현황을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 A 대기업의 이사회 의장은 현 총수의 부친과 인맥으로 얽혀있지만 외부에는 독립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은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 금융지주사는 대체적으로 주주, 사외이사, 외부전문기관 등을 통해 잠재 후보군을 추천받은 후 자격 검증, 평판 조회 등을 통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선임하는 절차를 거친다.

지배구조 투명성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정 프로세스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주주 및 외부자문사 추천→인선자문위원회 검토→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검토’의 절차를 거친다. 특히 사추위원과 완전히 분리, 외부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인선자문위원제도'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의 투명성 확보에 힘을 싣는다.

추천 경로도 명확하다. KB는 크게 두가지다.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서치펌(Search Firm) 등 외부기관을 활용한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여기에 더해 사외이사 등에게도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0년말 현재 KB 84명, 신한 117명, 우리 160명, 하나 142명 등 분야별 잠재 후보군을 상시적으로 확보, 관리하고 있다. 추천 경로, 전문 분야, 회사와의 관계, 다양성 등 후보군에 대한 관리 현황은 각 사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상세하게 공개돼 있다.

물론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상법의 규제 범위가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인없는 금융지주의 CEO 리스크를 감안할 때 지배구조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한게 현실이다. 게다가 비금융회사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선제적으로 나설 기업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ESG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한번쯤 벤치마킹할만한 시도다. 삼성 역시 2019년 거버넌스 개편 목적으로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 실무진을 만나 이사회 운영 규정을 비롯해 이를 기업에 도입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스터디한 적이 있다. 결국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투명한 사외이사 선임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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