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18일 08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며 뒤늦게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사업 경험이 없고 사업 간 연관성도 떨어지는 SK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의 우수한 기술력과 SK의 강한 기업 문화로 합심해 글로벌 성공스토리를 만들고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며 밀어붙였다.인수 후에는 후발주자의 약점을 과감한 투자 전략으로 극복해나갔다. 그 중심엔 M&A가 있었다.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M&A 행보에 대해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2017년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투자 때도 그랬다. SK하이닉스는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게 투자조건이었다. 시장점유율과 기술력 강화 측면에서는 이득될 게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당시 딜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 쪽 인사들이 딜을 주도했는데 SK하이닉스 이사회에서 긴 시간 인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서야 이사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현재 진행 중인 10조원 규모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두고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인텔의 자산이 노후화됐고 인수가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부정론도 일각에선 제기한다.
인텔 사업부는 아직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키옥시아의 경우 IPO를 앞두고 있어 M&A 성과를 이야기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두 건의 투자로 SK하이닉스가 낸드 시장에서 보폭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유독 적극적으로 '빅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박정호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국내에서 작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미국에서 큰 움직임을 준비하는 것이 더 급하다"며 또 다른 대형 투자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올해 첫 M&A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나올듯하다. SK하이닉스는 기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작년에 LP로 투자했던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다음, 박 부회장이 말한 대형 M&A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고민은 메모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IDM인 SK하이닉스가 고민해왔던 비메모리 확장전략을 실행에 옮기려면 그야말로 '빅딜'이 필요하다. 조 단위 딜 두 건 모두 아직 성패를 알기 어려운 시점에서 또다시 대규모 M&A 나서기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SK는 특유의 '강한 기업 문화'로 M&A 뚝심을 보여줬고 길을 만들어왔다. 정부가 말하는 세계 최고 반도체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가 동반 성장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에선 무엇보다 속도전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과감한 결단력과 M&A노하우가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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