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 IPO 후 1065억 조달…롯데 투자는 '미지수' 유증·CB·은행 차입까지, EC-18 기술이전 관건
이아경 기자공개 2021-05-28 08:14:32
[편집자주]
바이오회사 입장에서 IPO는 빅파마 진입을 위한 필수 관문이다. 국내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은 창업자에겐 놓치기 어려운 기회다. 이 과정에서 장밋빛 실적과 R&D 성과 전망으로 투자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전망치는 실제 현실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IPO 당시 전망과 현 시점의 데이터를 추적해 바이오테크의 기업가치 허와 실을 파악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7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코스닥 입성 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투자재원을 조달해 왔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리보핵신메신저(mRNA) 백신 위탁생산(CMO) 사업 등으로 자금 수요가 이어졌다. 주력 신약인 'EC-18'의 기술이전은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어 사업 다각화 대비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지난해 엔지켐생명과학의 부채 총액은 2019년보다 368.6% 증가한 513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549억원으로 36억원가량 더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500억원 규모의 CB 발행과 은행권 차입 때문이다. 다만 전환권 조정으로 올 1분기 기준 CB의 장부가는 331억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운영자금과 시설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은행 차입금도 대폭 늘렸다. 2019년까지는 소규모 단기차입에 의존했으나 작년에는 KDB산업은행 등에서 장기차입금 71억원을 마련했다. 2019년 26억원이던 차입금은 올 1분기 말 기준 122억원으로 증가했다.
CB 발행 전후로 3자배정 유상증자도 잇따랐다. 2018년 2월 코스닥 상장으로 공모자금 431억원을 확보했지만 다음해 4월 임상비용 마련을 위한 265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CB 발행 3개월째인 지난 2월에는 두번에 나눠 각각 235억원, 65억원을 모았다. IPO 이후 CB와 유증으로 확보한 금액만 1065억원에 달했다.
확보한 투자금은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 및 청주 오송공장 신축설비에 투입되고 있다. 회사는 이달 초 mRNA백신 위탁생산(CMO)사업에 진출을 선언했다. 내년까지 mRNA 백신 1억 도즈를 생산할 백신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1분기까지 오송공장 투자에 들어간 돈은 53억원으로 올해와 내년 각각 250억원씩 투입할 예정이다.
공격적인 투자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발판이지만 그에 따른 이자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 작년 1분기 이자비용은 1024만원에 그쳤지만 올 1분기에는 22억원을 기록했다. 임상 진행을 위한 연구개발비도 2018년 95억원에서 지난해 129억원으로 증가한 상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상장 당시 핵심 신약인 EC-18의 기술이전을 토대로 실적 전망을 했던 만큼 실제 실적과의 괴리율이 상당하다. 회사는 2019년 흑자전환과 함께 매출 690억원을 제시했으나 2019년 매출은 그의 절반 수준인 315억원에 그쳤다.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은 각각 164억원, 169억원이었다.
지난해 실적은 그보다 더 감소했다. 매출은 258억원, 영업손실은 19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75억원으로 예상치였던 277억원의 순이익과는 무려 452억원의 격차를 낳았다.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EC-18의 기술이전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수치였던 셈이다. EC-18은 현재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와 구강점막염 치료제로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실적 부진에도 각광받는 분야로의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공모가 5만6000원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했지만 현재 주가는 1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롯데그룹의 엔지켐생명과학 인수설은 회사의 몸값을 크게 띄우는데 기여했다. 롯데지주는 바이오 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게 없다고 발표했고, 엔지켐생명과학은 이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M&A에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최대주주는 손기영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브리짓라이프사이언스로 11.6%를 보유 중이다. 손 대표의 지분율은 6.97%다. 전체 특수관계자를 합쳐도 18.8%에 불과하다. 손 대표의 지분율은 상장 첫해와 비교하면 0.5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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