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영역 도전하는 증권사]삼성증권, 신용공여 넘어 시딩북 신설…공격행보 원년④300억 내외 출발, 블라인드펀드·토지계약금 투자…외부인력 팀단위 영입
신민규 기자공개 2021-06-03 09:29:15
[편집자주]
증권사 부동산금융 부문의 움직임이 발빠르게 변하고 있다. 공모사업을 비롯해 개발사업 초기에 디벨로퍼와 지분투자를 병행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업권간 경계가 사라지는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초기 사업 리스크를 공유하다보니 디벨로퍼와 유사해진 면이 생겼다. 더벨이 증권사 부동산금융 부문의 현황과 생존모색 방안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31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직과 사업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체질개선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 신용공여(약정 북)에서 한걸음 나아가 올해 직접 에퀴티(equity) 투자할 수 있는 한도(시딩 북, Seeding Book)를 처음 만들었다. 그동안 부동산 PF사업이 리스크 관리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고수익 창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가 담겨있다.삼성증권은 올해 300억원 안팎 규모로 부동산 에퀴티 투자를 위한 시딩 북을 신설했다. 개발사업 지분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PF 주관권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사업부지 전체 확보가 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대형 자산운용사 블라인드 펀드 출자, 토지 계약금 대출 등의 투자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과거 부동산 PF 영역에서 보수적으로 임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기조로 선회한 셈이다. 사업영역은 단계적으로 고수익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선순위 PF 대출 위주에서 약정 북(Book)을 활용한 신용공여 제공, 중·후순위 PF 참여 등으로 확대 추세를 밟고 있다.
삼성증권이 부동산 PF에 첫발을 들인 것은 2015년 전후다. GS건설이 시공사로 보증을 선 경희궁 자이아파트 개발에 참여했다. 경쟁사에 비하면 PF 비즈니스 주관 역량은 다소 미진했던 시기였다.
이후에도 PF 딜을 하긴 했지만 2017년까지는 대부분 크레딧이 보장된 대출 위주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증을 제공하는 중도금 반환채권 담보물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경기도시공사 보증물에 주로 참여했다. 반환채권은 시행사가 채권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 LH가 토지 중도금을 내줘 시행사의 의무를 대신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었다. 이같은 상품은 외형 확대에 기여한 반면 전반적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18년 '판교역 힐스테이트' 오피스텔 개발사업 PF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PF 주관과 중·후순위 동시 참여를 통해 수익성을 실전에서 경험했다.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약정 북도 차츰 늘려나갔다. 송도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패키지 5), 세운3구역(힐스테이트 세운) 등의 PF 주관권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약정 북에서 나아가 에퀴티 성격의 투자에 도전하기도 했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지분 출자를 통해 종로구 효제동 오피스텔 개발사업 주관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PFV 지분을 통한 배당이익과 함께 딜 추진 단계에서 PF 주관, 대출 마진 등 다각적인 수익원을 만든 예이다.
올해가 시딩 북을 신설한 원년인 만큼 각종 개발사업 지분투자가 예고돼 있다. 부동산신탁사가 진행하는 책임준공확약 시장을 비롯해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가능한 도심권 사업지를 눈여겨보고 있다.
PI 영역이 확대되면 각종 개발사업의 토지계약금 대출을 비롯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후순위 투자, 토지브릿지 후순위, 시행이익유동화, PFV 출자 및 대여, 후순위 담보대출, 사업비 대출, 보통주 투자, 예치금이자 대출 등으로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 조직도 투자 확대에 발맞춰 강화했다. IB부문(신원정 부문장)내 대체투자본부에 속했던 조직을 독립시켜 부동산PF본부를 만들었다. 부동산PF본부장에는 천정환 본부장을 앉혔다. 천 본부장은 교보증권을 거쳐 유진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에서 부동산 PF 조직을 이끌다가 삼성증권에 합류했다.
부동산PF본부는 부동산 PF1팀과 PF2팀으로 나눴다. 대체투자본부 프로젝트금융팀 인력과 투자금융본부 인력에서 일부 차출됐다.
조직이 확대되면서 투자경험을 갖춘 외부인력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을 비롯해 현대차증권 등에서 팀단위로 인사이동이 있었다. 여러 명을 동시 영입해 팀워크를 유지하고 기존 팀과 경쟁체제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정부 주도 공급대책을 통해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동력이 생긴 상황"이라며 "도시개발사업 및 택지개발사업과 같은 대형 딜 주관 역량 확보와 동시에 도심지 소규모 사업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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