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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영역 도전하는 증권사]경계 사라진 부동산 시장, 시행사 역할하는 증권사①부지확보·지분투자 등 앞단 선점…리스크·이익 공유

신민규 기자공개 2021-05-28 10:18:06

[편집자주]

증권사 부동산금융 부문의 움직임이 발빠르게 변하고 있다. 공모사업을 비롯해 개발사업 초기에 디벨로퍼와 지분투자를 병행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업권간 경계가 사라지는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초기 사업 리스크를 공유하다보니 디벨로퍼와 유사해진 면이 생겼다. 더벨이 증권사 부동산금융 부문의 현황과 생존모색 방안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0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도입해 입지를 다졌던 증권사가 이제는 디벨로퍼 영역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PF 주관 수수료만 따박따박 받아 승승장구하던 시대가 지났다고 판단, 딜 앞단으로 포지션을 이동하는 분위기다.

부지매입 초기단계에서 디벨로퍼와 함께 지분투자를 감행하는 움직임은 최근 더욱 거세졌다. 초기 사업 리스크를 함께 짊어지고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절반은 '시행사'가 됐다는 표현도 무리가 없어졌다.



◇대형사, 개발사업 지분투자 확대…후속 브릿지론·본PF, 주관 우위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 개발사업 등을 위한 자기자본(PI) 투자 한도를 최대 5000억원 안팎까지 늘렸다. 지난해 3000억원대 중반 수준의 투자 규모에서 더 확대했다.

시행사처럼 땅매입 초기에 20~30여곳 사업장을 선정해 각각 20억~30억원 규모의 자금을 계약금 등의 명목으로 투자하고 있다. 딜이 진행되면 브릿지론부터 본PF까지 주관을 맡아 수수료를 얻고 투자금도 회수하는 방식이다.

시공사 보증도 없고 인허가 역시 나기 전이라 사업 리스크는 매우 높다. 다만 최종 성사가 되면 기존 투자금의 2~3배 이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도 한국투자증권의 모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가 공모사업에 진출해 컨소시엄 형태로 시행사와 함께 참여한지도 오래됐다. NH투자증권은 여의도 MBC부지 복합개발사업에 나서 프로젝트금융회사에 신영, GS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름을 올렸다. 딜 초기부터 참여해 추후 본PF 과정에서 두둑한 주관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해 증권사를 디벨로퍼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디벨로퍼는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개발업자를 지칭한다. 다만 가장 리스크가 높은 땅 매입 단계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존 PF 주관사로서의 지위와는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증권사는 인허가가 마무리된 사업장에 부지를 담보로 잡거나 시공사 보증의 조건으로 PF 주관을 섰다. 사실상 리스크가 적은 담보신탁과 같은 개념이었다.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시공사 보증이 없는 딜에도 나서기 시작했고 아예 인허가를 밟기 전 단계에서도 참여하는 사례가 늘었다. 초기단계부터 참여해 추후 이어지는 브릿지론, 본PF 주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초기 투자시 본PF 자금부담 완화 가능성

증권업계가 디벨로퍼 영역에 문을 두드린 데에는 경쟁이 치열해진 업황이 기본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같은 금융업권에 속한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입지가 블라인드펀드 확대로 커진 영향도 있다.

PF 규제가 심해진 탓에 자금 효율성을 위한 측면도 있다. 부동산 PF 대출이 증권사 자기자본 한도 내로 규제되고 있어 대규모 PF를 따내더라도 자금투입에 한계가 생겼다. 초기 투자를 통해 PF 주관권을 미리 확보하면 본PF 단계에서 자체자금 투입이나 신용보강을 줄이고 중개역할로 기관자금을 모집해 부담을 줄일 여지가 있다.

부동산PF익스포져관리방안

부동산 시장 영역은 크게 시행, 시공, 금융업권으로 나뉜다. 이중에서 금융업권은 자금조달이 필요한 시행사와 시공사에 투자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했다.

예전과 달리 현금여력이 높아진 대형 디벨로퍼와 대형 시공사가 등장하면서 금융업권 입지도 다소 뒤로 밀렸다. 자체 자금력을 활용해 부지 선점에 나서는 곳이 늘어난 데다가 업계 경쟁도 치열해져 예전처럼 높은 수수료를 기대할 수 없어졌다.

같은 금융업권 내에서도 부동산 운용사가 블라인드펀드를 무기로 등장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기관자금이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마중물을 댈 수 있게 되면서 증권사 영역이 좁아졌다. 기존에는 증권사가 매입약정이나 확약을 통해 시장을 흡수했지만 블라인드펀드가 점차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증권사는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시행사와 같은 초기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이전에 비해 건설사, 부동산신탁사 등의 전문인력이 확보돼 인허가 단계 실제 리스크는 적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여신을 제공하거나 PF 주관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사보다 먼저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보니 자금력을 활용해 초기 투자를 단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과거 개발사업의 모든 리스크를 시행사가 짊어졌다면 이제는 증권사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영역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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