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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하림그룹 '물류의 꿈', 항공업 눈독 갑작스럽지 않다법정관리 '팬오션' 우량기업 발돋움 경험, 양재물류센터 개발 등 물류역량 강화 '큰그림'

김은 기자공개 2021-06-01 15:13:24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1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의 눈길이 항공산업으로 향하고 있다. 팬오션 인수로 해상물류를 품은 이후 이번에는 이스타항공 인수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해운과 화물 항공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물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항공업에 대한 김 회장의 관심이 갑작스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팬오션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해운업을 확장하고 있는데다 양재물류센터 건립 등 물류사업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확장되고 있는 데다 하림그룹 자체적인 밸류체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이스타 항공 인수 의지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M&A 통한 사세 확장, 2015년 팬오션 인수 후 원료운송비 절감 효과

하림그룹의 모태는 김 회장이 1986년 설립한 하림식품에서 출발한다. 지금의 ㈜하림을 세운 것은 1990년이다. 양계축산에서 시작해 사료, 식품제조, 유통판매, 해운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간 김 회장은 하림그룹의 사세를 불리기 위해 왕성한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했다. 2000년대 들어 닭고기 가공전문업체 올품, 가축사료업체 천하제일사료(현 제일사료), 가축약품업체 한국썸벧(현 한국인베스트먼트), 홈쇼핑 업체 NS홈쇼핑 등으로 손을 뻗어 나갔다.

특히 하림그룹의 대표적인 M&A 사례로 꼽히는 게 팬오션이다. 전혀 해보지 않아 관련성이 전무해 보였던 해상물류에 진출하는 첫걸음이었다. 2015년 법정관리가 진행 중이던 팬오션을 1조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인수한 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우량 기업으로 키워냈다.

2014년 팬오션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마자 해운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던 김 회장은 이듬해 1조80억원을 들여 팬오션을 품에 안았다. 당시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세계 1위 곡물 업체로 농업과 식품업, 제조업까지 발을 넓힌 카길을 롤모델 삼아 회사를 키워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팬오션은 하림그룹에 편입된 이후 전담 조직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곡물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과거 곡물을 수송했던 경험을 살려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현재는 식용·사료용 곡물을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으로 판매·유통하며 공급 및 운송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축산업에 필요한 사료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원료 운송비 절감, 안정적인 유통망 확보 등의 효과를 거뒀다. 그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팬오션은 국내 주요 곡물 수요기반을 토대로 전 세계 판매망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팬오션은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에서 70%의 매출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2조4971억원, 영업이익 2252억원을 거뒀다. 해상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LNG 및 컨테이너선 등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해상화물→항공화물' 영역 확장 포석, 물류 경쟁력 시너지 기대

해상물류 사업을 안착시킨 하림그룹은 그다음 스텝으로 항공산업을 겨냥했다. 현재 하림그룹은 팬오션 경영진 중심으로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이스타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기존 해상화물 뿐 아니라 항공 화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해상물류와 항공물류는 사업 연관성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200척이 넘는 선단을 보유하고 있는 팬오션을 통해 해상 운송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항공업을 더해 물류 경쟁력 시너지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의 주력 사업과의 협력도 기대된다. 병아리, 돼지 등 양계 및 축산 사업을 위해 수입하고 있는 동물종자의 경우 해상화물이 아닌 항공화물을 통해 국내에 들여온다. 이스타항공 인수 후 여객기가 아닌 화물기 운항에 초점을 맞춘다면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림그룹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부지 모습>

하림그룹은 현재 추진 중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역시 물류산업 비전의 한 축이라고 설명한다. 국내는 양재물류센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제물류는 팬오션 및 항공업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하림그룹의 물류산업에 대한 비전은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주요 사업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하림그룹의 주력사업인 육계 산업에서 벗어나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신설한 하림푸드콤플렉스 단지는 이제 막 가동을 막 시작했고, 미래 경쟁력으로 삼은 양재동 물류센터 조성은 수년째 지체됐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물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며 큰 그림을 구상해나가고 있다.

다만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로 인한 여객업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된다. 이스타항공 인수 후 최우선 변제 대상인 임직원 임금과 각종 세금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이번 매각이 사전에 우선매수권자가 있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하림그룹의 인수 가능성에 불확실성을 남긴다. 하림그룹이 우선매수권자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더라도 법원은 다시 한번 우선매수권자에게 기회를 준다. 이후 우선매수권자가 하림그룹이 제시한 금액보다 더 높은 매각가를 제시하면 인수 기회는 우선매수권자에게 돌아간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김홍국 회장이 '물류산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피력했기 때문에 항공업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게 아니다"며 "팬오션을 통해 해상물류이 가능성을 확인하고 사세도 넓혀나가고 있는 만큼 항공업에서도 비전을 찾을 충분한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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