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지배구조 분석/네이버]견제장치서 비켜나 있는 '창업자 이너써클'위드유 등 고충처리 채널 역할 못한다는 지적…오너도 창업공신 제어 어려워

원충희 기자공개 2021-06-07 08:14:13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3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네이버에서 벌어진 직원 자살사건은 고속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창업자 이너써클(inner circle)을 제어하지 못하는 IT 대기업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는 기존 재벌과 다른 지배구조를 갖춰 총수 리스크는 현저하게 억제했으나 창립공신(founding member)들로 구성된 창업자 이너써클에 대한 견제장치는 부재한 상황이다.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연루된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해당 책임리더 등 일부 임원들의 직무정지를 단행했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네이버 안팎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해당 임원이 넷마블에서 네이버로 입사하는데 최 COO의 입김이 있었다고 한다. 입사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있었지만 진화된 것은 결국 최 COO의 영향력 때문인 셈이다.

최 COO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서울대 동문으로 삼성SDS에서 같은 시기에 나와 네이버 창업에 합류한 인사다. 네이버컴과 NHN 시절부터 개발·사업경영진, 서비스 본부장, 네이버I&S 본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네이버의 COO 겸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해피빈 재단 대표를 겸하고 있다.

그는 이사회 멤버(등기이사)이기도 하다. 네이버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는 한성숙 대표와 최 COO 둘 뿐이다. 엠파스 창립멤버였던 한 대표가 중간에 NHN에 합류한 점을 감안하면 최 COO는 창업초기부터 이 GIO와 같이 해온 파운딩멤버 중 유일한 등기이사다. 커리어상으로 그의 사내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걸 가늠해볼 수 있다.

네이버는 국내 시가총액 4위 대기업임에도 기존 재벌과 달리 순환출자,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계열사를 통한 지배력 강화, 족벌경영 등이 없는 선진적 지배구조로 유명하다. 이 GIO가 이사회에서 퇴진한 후 비상근이사가 의장을 맡으며 경영 축이 이사회 중심으로 개편됐다. 다만 네이버 안팎에서는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은 이 GIO의 재가가 필요하다고 전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분 3.7%에 불과한 이 GIO를 동일인(총수)로 지정한 배경에는 그의 창업자로써 위상과 이너써클 멤버들이 회사 경영 축을 잡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여기서 네이버의 지배구조 틈이 드러난다. 이 GIO는 직·간접적으로 법적, 사회적 견제가 이뤄지고 있으나 창립멤버들로 대표되는 창업자의 이너써클은 거기서 한발 비켜 있다는 점이다.

IC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뿐만 아니라 급성장한 IT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창업멤버들로 구성된 이너써클이 사내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대표이사나 의장, 대주주는 여러 형태로 견제를 받고 있긴 하나 이너써클 멤버들은 이런 감시망에서 비켜나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위드유 프로세스

물론 네이버도 고충처리 채널 '위드유(With U)'와 'kNock' 등 운영하고 있다. 위드유 채널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등을 제보하면 조사가 필요할 경우 외부전문가와 함께 하며 내부규정에 따른 징계 심의 시에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심의 결과를 최종 시행하는 구조다.

지난해 위드유를 통해 제보된 건수는 6건으로 내부규정 절차에 따라 100% 처리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최고위 임원이 연루된 건에는 유명무실한 상태가 된 것이다. 반대로 보면 창업자 이너써클 멤버 같은 고위임원들과 연관된 사건에는 이런 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IT·게임 대기업들은 아직 창업 1세대가 현업이 있는 만큼 파운딩멤버들의 입김이 강하고 창업자들도 이들을 공로를 감안해 강하게 제지하기가 어렵다"며 "네이버 뿐 아니라 급성장한 IT 대기업들의 공통적인 이슈"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