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08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시장이 호황이다. 서울은 물론 미분양의 무덤이라 여겨졌던 지방 사업장도 완판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언제 사그라들지 모른다는 우려는 있지만 주택사업이 건설사 실적을 떠받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이러한 호황을 누구보다 톡톡히 누린 곳이 바로 중견 건설사다. 해외 곳곳을 누비며 플랜트를 짓는 등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 대형사와 달리 중견 건설사는 국내 주택에만 편중됐다. 공공택지를 입찰해 토지를 확보하고 직접 시행에 나서 수익을 내는 게 그간 중견 건설사가 커온 성장 방정식이다.
개발부지에 기반해 자산은 급격히 불어났다. 역대급 실적을 갱신하면서 곳간도 쌓여갔다. 돈이 넘치는 중견 건설사들은 저마다 신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기치 아래 여타 인수합병(M&A) 거래에 단골 손님이 됐다.
모든 일에는 반대급부가 있는 법. 폭풍성장을 거듭한 중견 건설사는 공정거래법에 직면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동일 기업집단 자산총계가 5조원을 넘기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소속이 바뀐다. 더 나아가 10조원이 되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까지 지정된다.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일찌감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올랐던 호반건설은 3년 여만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소속을 옮겼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그간 써왔던 시행 계열사를 활용한 토지매입 확보 전략은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사업전략에 대한 근간이 흔들리는 셈이다. 자산 10조원을 눈앞에 둔 중흥건설이 과거 계열분리를 단행한 것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무관치 않다.
부동산 호황은 더 많은 중견 건설사를 대기업 반열로 끌어올렸다. 부산 대표 형제기업인 반도건설이나 IS동서가 나란히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오른데 이어 업계에서 주목도가 높지 않던 대방건설도 신규 지정됐다. 디벨로퍼인 엠디엠이 기업집단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말고도 이미 중견 건설사 몇 곳은 5조원에 근접해 있다.
사업보다도 더 큰 부담은 지배구조다. 중견 건설사는 1990년대에 회사를 세워 창업주가 건재한 곳들이 많다. 이른바 제왕적 지배구조가 만연한데다 30년차에 접어들며 경영승계까지 염두해야 한다. 산적한 과제 더미 앞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중견 건설사에는 이미 공시대상기업집단이라는 뇌관에 불이 붙었다. 오너기업에서 정보공개 기업으로 전환하는데 있어 부담은 크다. 하지만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해결이 어려운 과제에 중견 건설사들은 여전히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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