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2막]코빗의 보수적 상장 정책… 올해 상폐 0건②글로벌 스탠다드 맞춰 3단계 상장 프로세스 확립…김치코인 상장 단 2건
성상우 기자공개 2021-06-18 07:14:18
[편집자주]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에 대해 긍정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거대한 사기극이란 지적부터 미래 화폐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불확실성 속에 벌써 수백만명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의 스탠스는 복합적이다. 규제는 하지만 세금은 걷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 규제 속에 수많은 거래소는 폐쇄 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생존한 거래소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2막으로 접어든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사업자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6일 07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주요 거래소로 꼽히는 코빗의 성장세는 정체상태다. 최근엔 거래량 기준 5위권으로 꼽혀온 고팍스에게도 밀리는 모양새다. 15일 기준 고팍스의 일거래량은 610억원 수준인데 반해 코빗의 일 거래량은 470억원선에 그쳤다.올해 초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활황기에 들어서면 업비트와 빗썸 등 다른 대형 거래소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은 단 6개월 사이의 반등으로 지난 2년간의 침체를 모두 만회했지만 코빗은 그러지 못했다.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뿐이다.
코빗의 부진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은 경쟁 거래소들보다 현저히 적은 상장 코인의 수다. 업계 1~3위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이 약 170~180개의 코인을 상장 시킨 데 반해 코빗의 상장 코인은 단 42개다. 5위권으로 꼽히는 고팍스의 상장 코인 수 역시 약 80개로 코빗보다 많다.

상장 코인의 수는 거래소 매출에 직결된다. 코인 매매 금액(거래량)의 일정 비율을 수취하는 수수료 수익이 거래소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매출원인데, 거래량은 상장 코인의 수와 비례한다. 코인이 많을 수록 거래품목이 많아지면서 거래금액도 늘어난다. 특히 올해 초 한 차례 도래했던 '김치코인(국내 프로젝트팀이 발행한 코인)' 폭등기엔 각 거래소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그럼에도 코빗은 상장 코인 수를 늘리지 않았다. 타 거래소엔 수십개씩 있는 김치코인도 코빗엔 단 2개(메디블록, 아르고)밖에 없다. 김치코인 상장을 통해 거래소 매출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었던 활황기에도 코빗은 엄격한 상장 기조를 유지해왔다.
보수적인 상장 기조는 코빗의 전통적인 정책적 성향이다. 국내 최초로 거래소를 설립한 2013년 당시부터 국내 4대 거래소 중 가장 보수적인 상장 정책을 유지해왔다.
코빗은 상장 정책을 NXC 산하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인 비트스탬프의 기준을 참고하면서 개선해왔다. 비트스탬프는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에서 지급 기관(payment institution) 사업자 인가를 받으면서 EU 회원국 안에서 자유롭게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이 발급하는 가상화폐 사업자 인가(virtual currency license)도 취득한 바 있다. 현재 비트스탬프에 상장돼 있는 가상자산 수는 20개 수준에 그친다.
이렇게 개선돼 온 결과물이 현재 코빗의 3단계 상장 프로세스다. 코빗은 분기별로 신규 상장 예상 가상자산군 약 10여 종을 정해 심사를 진행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1단계에선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쟁글)과 함께 각 프로젝트를 세부심사한다. 2단계에선 실제로 코빗에 상장됐을 때를 가정한 뒤 그에 따른 리스크와 혜택의 종합 평가가 이뤄진다.
마지막 단계에선 표결을 거친다. 대표이사와 컴플라이언스 총괄 및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9명의 상장 심사위원이 참석한 위원회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상장이 확정되는 구조다. 신규 상장이 보수적인 만큼 폐지도 신중하게 진행한다. 상장 폐지는 심사 위원회 구성원들의 만장일치가 이뤄져야만 확정된다.
최근 국내 거래소들의 김치코인 대량 상폐 사태가 벌어지며 코빗의 이같은 보수적 상장 기조가 다시 재조명되는 양상이다. 코빗은 올해 들어 가상자산을 상장폐지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국내 거래소 중 코빗이 유일하다.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면서 코빗이 얻고자 했던 것은 '코빗에 상장된 코인은 상폐 우려가 없는 안전한 코인'이라는 신뢰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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