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증권사 열전]현대차증권, 커지는 IB 존재감…리스크 관리도 최고①부동산금융 필두로 영업수익 일등공신 등극…올해 1분기에만 5000억 PF 딜소싱
강철 기자공개 2021-06-21 13:43:03
[편집자주]
중견 증권사는 국내 금융산업의 일원으로서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해 왔다. 특정 사업에 강점을 지닌 중견 증권사의 활약은 금융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만든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를 견뎌내며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증권업의 미래가 이들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퀀텀점프 도약대에 선 국내 중견 증권사의 강점과 사업·재무적 비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증권은 2020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또다시 경신했다. 순영업수익은 5년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갔고 영업이익은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덕분에 작년 말 기준 자본총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괄목할만한 성장의 중심에는 IB사업부가 있다. IB부문은 지난해 1466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특히 부동산금융은 인천 항동 저온물류센터, 다산 지금지구 상업복합시설, 구로 지식산업센터 등의 딜을 실행하며 IB부문의 위상을 다시금 드높였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IB가 순영업수익 절반 이상 책임져
현대차증권은 2020년 연결 기준으로 순영업수익 2765억원, 영업이익 1173억원, 순이익 843억원을 기록했다. 순영업수익은 5년 연속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전년 대비 15~20%의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설립 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 실적은 IB부문이 이끌었다. IB부문은 지난해 전체 순영업수익의 53%에 해당하는 1466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IB 외에 위탁매매가 1002억원, 자산관리가 420억원, 자기매매가 249억원, 파생거래가 37억원의 순영업수익을 각각 기록했다. 2017년부터 4년 연속으로 1000억원 이상의 순영업수익을 낸 사업부는 IB가 유일하다.
IB부문의 선전은 부동산금융이 주도했다. IB본부 산하 부동산투자실, 투자금융실, 프로젝트금융실은 △인천 항동 저온물류센터 투자(1650억원) △다산 지금지구 상업복합시설 인수 주선(2600억원) △구로 지식산업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1800억원) 등의 딜을 마무리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대체투자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국내를 중심으로 우량한 PF 딜을 계속 발굴하며 수익 규모를 늘렸다"며 "중형 증권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메가 딜을 수행한 결과 전반적인 이익 레벨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부동산금융 외에 정통IB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ECM은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명신산업을 대표 주관하며 오랜만에 직상장 딜 리스트를 추가했다. 명신산업은 단일 ECM 딜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인 12억원의 수수료를 안겨줬다. DCM도 2017년 이후 3년만에 1조원이 넘는 주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제몫을 충분히 해냈다.
IB를 중심으로 영업에서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낸 결과 2019년 말 기준 9892억원이던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1조658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7%에서 8.2%로 상승했다. 순자본비율(NCR)도 498%에서 508%로 올랐다.
◇2017년부터 PF 존재감 커져
IB부문은 2016년까지 현대차증권의 평범한 사업부 중 하나였다. 연간 500억원 안팎의 순영업수익을 꾸준하게 기록하긴 했으나 위탁매매와 자산운용과 비교해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금처럼 별도의 IB본부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이랬던 IB부문의 위상은 PF 투자 영역을 비주거용 부동산으로 확장한 2017년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 현대차증권은 비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PF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IB 1·2·3본부가 모두 부동산금융 관련 딜 소싱을 하는 지금의 편제가 만들어졌다.
비주거용 부동산 개척이라는 중책을 맡은 IB본부는 2018년부터 △송도 타임스페이스(2350억원) △세종시 상업용 부동산(2000억원) △동탄 스포츠파크(1980억원) △천안 펜타포트(780억원) 등 다수의 PF 딜을 발굴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꾸준하게 쌓은 트랙 레코드는 지난해 각종 빅딜을 추가로 수임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부동산금융의 성장세는 2021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인천 석남 물류센터 선매입펀드 투자(650억원) △용인 남사 물류센터 투자(1660억원) △부산 다대동 복합시설 투자(3300억원)를 비롯해 상반기에만 5000억원이 넘는 딜을 발굴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딜 소싱을 지속한 결과 올해 1분기에 벌써 작년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달성하는 성과를 창출했다"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등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제적 우발채무 관리로 딜소싱 박차
적극적인 대체투자 딜 소싱을 할 수 있는 근간에는 안정적인 우발채무 비율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부동산 PF 투자를 본격 시작한 2017년부터 매년 채무보증 비율을 자기자본의 최대 70% 수준으로 유지하는 중이다. 가장 최근인 올해 1분기 말 기준 우발채무 비율은 70.3%다.
작년 11월 개정된 금융투자업 규정은 증권사가 우발채무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도록 한다. 많은 국내 증권사가 규정에 맞춰 지난해부터 채무보증 규모를 대거 축소했다. 반면 미리 우발채무 비율을 관리한 현대차증권은 규제에 개의치 않고 공격적으로 딜을 발굴하고 있다.
선제적인 우발채무 관리는 현장 중심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차증권 실무자가 PF 투자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3~4회 이상의 현장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투자를 마무리한 딜은 매월 진행하는 사후관리 보고 대상에 포함된다.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리스크 위원회는 전수 조사 결과와 관련 위험 요인을 수시로 점검한다. 사후관리 징후가 포착되는 딜은 분기마다 이뤄지는 콜리포트(call report)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사업 진행 상황과 리스크 요인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한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우발채무 비율을 50~70% 수준으로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 덕분에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사전 점검 차원에서 검토 중인 모든 현장에 대해서도 전수 조사를 실시할 정도로 시스템이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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