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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M&A]네이버 빠진 딜, 가격 아닌 '거래구조' 문제였다'연합전선 구축' 인수조건 등 문턱 높아져, 신세계 단독협상 '자금력' 자신

최은진 기자공개 2021-06-23 08:09:41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2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신세계그룹·네이버 컨소시엄'에서 네이버가 결국 발을 빼는 결단을 내렸다. 신세계그룹이 사실상 유력 인수후보자로 부상한 이후 줄곧 장고를 거듭한 네이버가 딜(Deal)에서 빠진 이유는 여러가지 원인이 꼽히지만 결국 '거래구조' 때문이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신세계그룹은 독자인수를 추진키로 가닥을 잡고 자금조달 등 이미 대안을 마련해 둔 상태다. 이베이 본사가 아직 추가 거래조건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4조원 가량의 가격에 지분 80%를 인수하는 안이 유력시 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22일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 인수 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조회공시를 내보낸지 불과 일주일만에 입장을 바꿨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가 추진하는 이베이코리아 딜에 네이버가 참여를 고민한 건 불과 한달여가 채 안된다. 쿠팡을 능가할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사가 혈맹을 맺은 이후 이베이코리아 딜에 컨소시엄을 맺어 참여하는 안까지 협상이 진전됐다.

쿠팡이라는 공공이 적이 양사의 협업을 추진케 했지만 이베이코리아 딜의 컨소시엄은 신세계그룹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이커머스 시장 대어를 끌어안게 되는 만큼 충분히 경쟁력 있는 딜이 될거라고 기대했다.

당초 협의가 이뤄졌던 구조는 네이버가 20~30%가량을 자사 지분으로 거래금액을 납부하고 나머지는 신세계그룹이 현금으로 조달하는 방식이었다. 롯데그룹이 1조원 이상 낮은 가격을 부른 대신 현금 100%를 조건으로 내건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베이 본사 입장에서는 엑시트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분보다는 현금거래를 원했다. 조단위 거래에서 현금거래를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신세계그룹이 가격을 더 올려 베팅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거래조건은 이베이 본사와 원활한 협의를 하는 데 발목을 잡았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 가격을 올려 인수하더라도 네이버는 어떡해서든 참여케 하고 싶은 파트너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분스왑으로 혈맹을 맺었지만 이베이코리아라는 새로운 이커머스 엔진을 장착하는 데 있어 우량한 파트너와의 공동운영이 더 안정적이면서도 큰 시너지를 낼 거라고 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네이버는 이베이 본사의 현금요구 조건에는 응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내부적으로도 굳이 신세계그룹과의 혈맹 등을 이유로 공동인수까지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도 판단했다. 통합비용에 더 많은 자금이 출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공정거래 이슈도 물론 우려스러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규제 이슈에 따라 거래액(GMV) 기준 1위 사업자인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를 일부지분이라도 인수하게 되면 시장에 대한 과도한 지배력이 생기는 것인 만큼 상당한 규제 부담이 드리워지게 된다. 인허가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충분한 개연성도 있다고 예상됐다.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의 컨소시엄 결렬이 이 같은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일보후퇴' 개념으로 빠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기존 협업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신세계그룹 내부 관계자는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딜에 참여하게 되면서 오히려 신세계그룹에 불리한 조건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며 "딜에서 빠지더라도 혈맹관계는 오히려 더 돈독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네이버와의 결별을 예상하고 투트랙 대안을 세워놓은 상태다. 일단 이베이 본사에서 지분 80% 이상을 4조원 안팎의 가격에 거래하는 방안을 내놓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조건이 네이버 참여를 전제하고 세워둔 조건인지 등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신세계그룹은 거래조건이 바뀌게 된 만큼 이베이 본사와 새롭게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15일 이베이 본사가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거래 조건을 마련하겠다고 한 이후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세계그룹에 아직 배타적 거래권이 부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 경쟁상대방이 롯데그룹 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은 네이버 이탈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측면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자산총액은 총 40조원에 육박한다. 부동산 자산 등의 재평가가 이뤄지면 이보다 더 높은 가격대가 형성됐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자산매각을 통해 충분히 4조원 안팎의 실탄 마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내부 관계자는 "40조원을 넘어서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조달 이슈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이베이 본사에서 협상 조건을 통보받게 되면 그 때 수락할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확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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