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24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젊은’ 야당 대표가 장안의 화제다. 1985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37세다. 일부 거물 정치인이 '경륜'을 내세워 도전했지만 표심을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나이가 무기'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이다. 경험 부족을 둘러싼 우려와 기성정치의 구태를 바꿔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나이가 실력에 비례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도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일부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비상장 투자 회사를 고를 때 “45세 이상 바이오텍 창업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주변에서 아무리 기술력이 좋다는 말을 들어도 외면한다는 그다. ‘45’라는 숫자 자체보다는 젊은 CEO를 선호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예전에는 제약회사 임원, 명망이 있는 유명 대학 교수 위주로 바이오텍을 창업했다. 어느 정도 연구실적이나 사회적 평판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50대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30대 박사후 연구원(post doc) 등이 바로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시리즈 A 단계에서 300억원 안팎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정도로 풍부해진 유동성 여건도 여기에 한몫하는 분위기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유독 바이오업종의 대표이사 나이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가 있을까. 해당 심사역은 "어차피 신생 바이오텍 CEO가 말하는 신기술은 결과물을 내기까지 누구도 100% 확신하기 어렵다"며 "일단 매니지먼트 측면에서만 보면 나이가 지긋한 교수님보다 이왕이면 젊은 CEO에 베팅하는게 확률적으로 리스크가 덜하다”고 했다.
모든 CEO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50~60대 CEO일수록 ‘꼰대’ 마인드를 가질 여지가 높다는 주장이다. 그는 “구성원간 열린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의 동기 부여 고취 등 초기 바이오텍에 요구되는 가치들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연식’이 있는 바이오텍 대표이사의 경우 펀딩 과정에서 뜨끔할 수도 있는 의견이겠다.
상장 바이오텍들도 경영진의 연령은 분명 이슈가 된다. 사업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상장한지 10년 넘은 1세대 바이오텍 중에서는 60대 CEO가 적지 않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하지만 신약개발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미국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로 잘 알려진 노바백스(Novavex)만 해도 성과를 내는데 33년이 걸렸다. 더군다나 그렇게까지 참을성 있는 국내 투자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2세 상속을 통한 '세대교체'가 쉬운 것도 아니다. 창업자가 아닌 제3자가 바이오회사 경영권을 넘겨받았을 때 밸류에이션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육성해 온 전문 경영인이 있다면 모를까 창업자 한명만을 보고 투자해 왔던 주주들 입장에선 2세 경영이 그닥 반가울 리 없다. 작게라도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제약사들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한 상장 바이오텍 CEO는 "이제 그만 쉬고 싶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주들이 원하는 성과를 낼 때까지는 CEO 역할을 이어나가야 할 분위기다. 다른 회사에 지분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꿈만 보고사는 적자 회사를 선뜻 인수할 원매자가 얼마나 있을 지 모르겠다.
올해 초 서정진 회장의 '은퇴' 결정으로 셀트리온의 2세 경영이 시작됐는데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제2, 제3의 셀트리온이 나오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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