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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잠재 인수후보군 점검]조건 '딱' 맞는 포스코, 마지막 퍼즐은 '의지'뿐자회사 설립 시도 무산, 물류비 고민 여전…HMM 벌크 잠재력·경쟁력 충분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06 15:10:56

[편집자주]

HMM은 약 5년전 해운업이 침체하면서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KDB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해운업이 회복되면서 반전을 이뤘고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를 거듭하고 있다. 주가도 드라마틱하게 급등했다. 산은이 HMM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적절한 타이밍이 도래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벌써부터 잠재 인수후보자가 거론된다. 더벨이 HMM 새주인 후보자들의 거론 이유와 시너지 효과, 자금력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30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은 것도 없고 우리가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 없다."

전중선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은 올 1월2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MM(옛 현대상선) 인수설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정확히는 산업은행이 포스코를 상대로 HMM 매각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다.

전날 이미 산은이 "HMM 매각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재차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날 포스코는 공시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강하게 부인했다.

이로부터 5개월이 지났지만 포스코의 공식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관련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산은이 HMM 매각 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하며 포스코의 속내가 복잡할 걸로 본다.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그동안의 행보, 미래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니즈'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포스코 입장에선 HMM이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타의로' 무산된 물류자회사 출범, 니즈는 '분명'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는 해운·물류업 진출을 욕심내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철광석과 석탄 같은 원료를 비롯해 철강제품까지 배에 실어 날라야 하는 사업 특성 때문이다. 이제껏 초대형 화주로서 벌크선사들과 계약을 맺고 물류를 소화해왔으나 적잖은 물류비가 늘 고민이었다. 국내 대형 철강사 중 물류자회사가 없는 건 포스코가 유일하다.

일찌감치 HMM 잠재 인수후보군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2019년 기준 연간 물동량이 1억6000만톤(t) 수준으로 물류비가 약 3조원에 달했다.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별도의 자회사를 두고 일감을 배분하면 물류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현대글로비스나 삼성전자로지텍, 판토스 등이 이미 각 그룹 내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과 비슷하다.

사실 포스코는 지난해 물류자회사(포스코GSP·가칭) 설립을 한 차례 추진했었다. 당시 "물류업무가 회사별, 기능별로 분산돼 판매·조달의 지원 기능으로만 운영되는 등 효율성과 전문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룹 내 물류사를 두면 매년 수조원씩 나가는 물류비 절감은 물론, 사업 안정성 제고도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진 못했다. 초대형 화주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기존 해운사들이 그냥 손놓고 지켜볼리 만무했다.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해 생태계를 교란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운협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고 관련 내용이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 올라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등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포스코는 포스코GSP 출범이 해운업 진출과 무관하다며 맞섰지만 결국 한발 물러났다. 대신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최고경영자(CEO) 직속 물류사업부를 신설했다. 하지만 이를 완전한 포기로 봐야 하는지, 추후 재시도를 위한 주춧돌로 봐야 하는지는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분명한 건 포스코가 해운·물류업 진출 의사가 확고했다는 점이다. 2018년 초 산은으로부터 HMM 인수를 제안받았을 때, 그리고 올 초 인수설이 돌았을 때 내부검토를 거쳤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실상 최고경영진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관련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벌크사업 노하우·네트워크 충분, 사업 안정성 '유리'

포스코 측이 올 초 HMM 인수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제시한 근거는 '시너지'다. 벌크 베이스여서 컨테이너선사인 HMM을 품었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철광석이나 석탄 등을 옮겨야 하는 포스코의 거래 상대방은 대한해운과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에이치라인해운 등 벌크선사다.

하지만 해운업계의 시각은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HMM은 언제든 벌크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지금은 벌크 매출이 10% 내외에 불과하지만 과거 40% 이상을 책임졌던 적도 있다. 경영 위기 심화로 자구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자동차선 운송사업과 LNG운송사업 등 벌크부문을 순차적으로 매각해 위상이 낮아졌을 뿐이다.


'잘 나갔던' 과거 대비 규모가 작아지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는 점이 눈여겨 볼 포인트다. 수십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있고 인력과 네트워크도 충분해 언제든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선박만 추가로 도입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벌크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HMM의 벌크선대는 올 1분기 말 기준 총 54척(590만DWT)으로 이뤄져 있다. 유조선과 건화물선, 특수화물선 등 1년 미만 용선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올 1분기 전체 매출 2조4280억원 가운데 1294억원이 벌크부문에서 나왔다. 비중으로 따지면 5.3%다. 다만 최근 컨테이너 시황이 급격히 개선되며 매출이 극대화된 결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분기 벌크의 매출 기여도는 11.7%로 통상 10% 안팎이다.


일각에서는 HMM이 컨테이너 전문선사라는 점이 오히려 포스코의 경쟁력 향상에 보탬이 될 거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해운업 진출을 본격화한다면 벌크에 한정하기 보단 컨테이너와의 균형을 꾀하는 게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HMM은 최근 컨테이너사업이 안정화 궤도에 접어들자 벌크를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초 초대형 유조선(VLCC) 3척 장기 용선에 2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아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과거 벌크 매출 비중이 40% 수준이었으나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사업부를 매각하며 낮아진 것"이라며 "특히 컨테이너사업의 몸집이 크기 때문에 벌크를 키우더라도 내부거래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포스코 입장에선 벌크선사 인수보다 HMM 인수가 훨씬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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