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운용을 움직이는 사람들]정통 WM맨 이창구 대표, '새로운 신한운용' 꿈꾼다①16년 WM 경험 살려 판매사 눈높이 상품 공급…'쉬운 펀드' 차별화 시장 반향
김진현 기자공개 2021-07-01 13:07:52
[편집자주]
1996년 신한투자신탁운용으로 출범한 신한자산운용은 70조원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5위 종합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2002년 프랑스 글로벌 투자은행 BNP파리바와 합작법인을 결성해 18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결과다. 2021년 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BNP파리바와의 합작 관계를 정리하고 새 출발을 알렸다. 더벨이 변화와 도약을 준비 중인 신한자산운용의 핵심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9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전선에서 싸우던 군인만큼 전장을 잘 아는 이가 있을까. 이창구 신한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자신을 전방에서 싸우던 보병으로 빗댔다.32년간 은행 생활 중 16년을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투자자가 원하는 금융상품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 2019년 전방에서 물러나 자산운용사라는 후방으로 옮겨온 그는 전장에서 필요한 물자를 잘 보급할 수 있는 좋은 병참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PWM 안착 '일등공신', 신한자산운용 초대 대표 '낙점'
이창구 신한자산운용 대표는 1987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1993년 삼성동 지점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하면서 WM 사업과 연을 맺었다. 16년 넘게 자산관리업무를 하며 전문성을 강화해 온 그는 신한금융그룹의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사업을 안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9년 당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로 부임했을 당시 시장에선 셀사이드에서 경험을 바이사이드에 잘 녹여내기만 한다면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조인트벤처의 특성으로 인해 이 대표가 부임한 이후 회사의 색채가 크게 바뀌지 못했던 면이 있었다.
마침 그룹 내에서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었다. 합작법인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지만 독자 경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바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올초 BNP파리바와 결별을 선언하고 신한자산운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합작법인을 결성한 지 18년만이다. 이창구 대표는 앞서 2년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성과를 인정받아 새 출발한 신한자산운용의 초대 대표이사로 낙점됐다. 그룹 내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신한자산운용으로 새출발을 한 이후 이 대표의 시선은 외부로 향해 있다. 신한자산운용의 역할을 금융그룹 내 특화상품 공급처로 한정짓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판매를 하던 입장에서 보면 투자자에게 더 좋은 상품이 있는데 계열사 상품이라고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며 "외부에서 입소문을 타고 잘 팔리는 상품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신한금융 그룹 내에서도 판매될 것이기 때문에 특화 상품에 집중하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계열사 금융상품 판매 비중 제한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전략으로는 확장성을 가지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매사들은 계열사 상품 판매 비중을 내년까지 25% 아래로 낮춰야 한다.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면 굳이 판매처를 한정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이 찾을 거라고 봤다. 이를 위해 외부 인력 영입, 조직 확장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적기에 공급할 계획이다.
◇ 한국 자산관리 시장 '속도전'…신한하면 떠오르는 '플래그십 펀드' 목표
이창구 대표는 국내 투자자 성향이 '다이나믹'하다고 말한다. 서구의 투자 문화가 정적이라면 한국의 투자 문화는 동적이라는 설명이다. 시시각각 유망한 투자처를 발굴해내고 그에 맞춰 자금을 운용하는 게 국내 투자자들의 주된 성향이라는 거다.
그는 "어떤 투자 성향이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는 없다"며 "다만 한국적인 투자 스타일이 있다는 점에서 조인트벤처의 의사결정이 다소 느렸던 점은 약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년간의 합작법인 관계가 정리되면서 가장 큰 변화가 생긴 부분이 의사결정 속도다. 짧아진 이름 만큼 의사결정 속도도 간결해졌다. 그 덕분에 국내 투자자들의 시시각각 변하는 투자 성향에 맞출 수 있게 됐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약점으로 꼽혔던 느린 의사결정 과정이 해소된 셈이다. 간결해진 의사결정 체계 덕에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다양한 상품을 빠른 속도로 출시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선제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가미한 채권형 펀드를 내놓으며 차별화를 꾀한 것도 간결해진 의사결정 덕이다.
이 대표는 "속도는 빨라졌으니 이제 중요한 건 차별화된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WM 사업부문에서 일하며 국내 운용사들 펀드를 살펴본 결과 차별화된 상품이 많지 않았다는 거다.
국내 운용사들이 한가지 테마, 투자처가 정해지면 빠르게 상품을 만들어내는데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앞도하는 수익률이 아니면 차별화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단순히 속도전만으론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만한 상품을 내놓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앞으론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상품, 즉 판매하기 쉬운 상품을 내놓는 게 차별화 포인트라고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창구에서 금융상품 하나를 가입하려면 1~2시간씩 소요되기 일쑤다. 판매사 입장에선 안정적이고 판매하기 쉬운 상품이라면 더 많이 팔 유인이 생긴다. 투자자도 이해하기 쉬운 상품에 가입하는 게 투자 위험이 낮기 때문에 유리하다.
양쪽 모두 득을 볼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게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고민 속에 나온 상품이 바로 지난해 내놓은 '신한삼성전자알파증권자투자신탁1[채권혼합]'다.
'삼성전자 주식과 국내 채권에 투자한다'는 한줄 만으로 설명 가능한 이 펀드는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며 7000억원 가까운 돈을 끌어모은 히트상품이 됐다. 이 대표는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은행에서 근무했을 당시 RM들을 모아놓고 중학생에게 금융상품 가입을 권하는 콘테스트를 열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쉬운 상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펀드 운용의 기술적 측면이나 공학적인 면을 강조하는 트랜드는 지났다고 평가했다.
이창구 대표는 '플래그십 상품'을 내놓는 것을 신한자산운용의 향후 목표로 정했다. 애플 하면 아이폰을 떠올리고 삼성하면 갤럭시를 떠올리듯 신한자산운용 하면 떠오를 만한 플래그십 상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한금융그룹이 PWM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 사업 부문에서 한 획을 그었던 것처럼 플래그십 펀드를 통해 자산운용업에서도 한 획을 긋겠다는 것이다. 앞서 '넥스트PWM'이라는 타이틀로 PWM 시장 안착 이후를 준비했던 이창구 대표의 시선은 이미 신한자산운용의 안착 이후 '넥스트 신한자산운용'을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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