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니터/우리금융]ESG원년, 정의부터 리스크체계까지 '뼈대' 잡는다W택소노미 고도화 통해 'S' 기준 정립, 10년 내 100조 지원 선포
이장준 기자공개 2021-07-14 07:28:36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3일 1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도 중장기 ESG 목표를 발표하며 탄소중립 대열에 합류했다. 지주 체제 출범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늦어졌지만 재빨리 캐치업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를 ESG경영 원년으로 삼은 만큼 ESG금융을 정의하는 작업부터 리스크 체계 구축까지 뼈대를 잡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9일 하반기 그룹경영전략 워크숍을 열고 그룹 ESG 비전과 중장기 추진전략을 선포했다.
구체적으로는 그룹 내부 및 자산 포트폴리오상 탄소배출 제로(0), ESG금융 100조원 지원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룹 내에서 직접 소유하거나(Scope1) 소비하는(Scope2) 탄소만 따지는 단계를 넘어 금융거래를 하는 회사의 탄소배출(Scope3)까지 고려했다.
2050년까지 자산 포트폴리오상 탄소배출을 없애겠다는 목표는 4대 금융그룹 공통으로 담긴 내용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1월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 추진을 선언했다. KB금융도 올 6월 2040년까지 내부 배출,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2050년 사업장 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2030년까지 ESG금융 10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대목이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ESG상품 투자 및 대출을 누적 기준 50조원으로 확대하고 그중 25조원을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2030년까지 녹색 및 지속가능여신 60조원 여신·투자 및 자금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규모가 상당해 보이나 사실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금융그룹마다 'ESG금융'에 대한 정의, 분류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환경(E) 부문의 경우 정부 주도로 한국형 녹색산업 분류체계, 이른바 K택소노미(K-TAXONOMY)를 만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녹색금융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분류해 공통의 기준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올해 K택소노미가 발표되면 전 금융권에서 이를 잣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상생(S) 부문은 이와 달리 정부나 금융당국에서 공식적인 분류 체계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그룹마다 별도의 분류 체계에 대한 기준을 두고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기준이 다르기에 10년 내에 100조원을 ESG금융에 쓰겠다는 우리금융의 목표치가 KB금융(50조원)의 '더블 스코어'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은 자체 ESG금융 분류 체계를 'W택소노미(W-TAXONOMY)'라고 명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기준이 있어야 체계적 지원은 물론 평가를 위한 실적 집계나 목표 수립도 가능하다"며 "ESG금융 지원을 위한 기초 단계로 일자리 창출 기업이나 혁신기업, 사회적기업 지원 등을 W택소노미에 포함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택소노미는 우리금융이 올 4월 만든 ESG금융 원칙에 기반한다. 우리금융은 ESG금융을 '환경·사회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금융지원'이라 정의했다. 여신, 수신, 채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운용을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상생(S) 부문은 과거에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사잇돌대출 등 정책금융만 해당하는 협의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서민금융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나온 17개 목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ESG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우리금융은 이 범위를 확장키로 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혁신기업,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도 사회적 금융"이라며 "광의의 개념으로 지원대상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준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올해를 ESG경영 원년으로 삼은 만큼 ESG경영부 조직을 신설하고 이사회 내에 ESG경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지주 체제가 다른 지주사보다 늦게 꾸려져 초반에 ESG에 신경 쓰지 못한 만큼 최대한 빨리 캐치업하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그룹경영전략 워크숍에서도 형식적 활동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체계를 만들어 운영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은 하반기에 ESG 리스크관리체계 구축에 집중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이 탄소세 부과를 법제화하고 있는 만큼 수출 기업이 많은 곳이 리스크가 커지리라 판단해서다.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에 여신을 많이 내준 경우 금융권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여신지원이 이뤄진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얼마나 하는지 측정하고 줄이도록 유도해 리스크를 관리할 계획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할 때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파괴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사회적 리스크도 아우른다.
지주 ESG경영부와 리스크관리부가 협업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신용·시장·운영 등 전통 리스크 외에 환경·사회적리스크도 봐야 할 때라고 판단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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