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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新포트폴리오 전략]우리금융, 벤처캐피탈 확보 고심 '자체 설립 vs 인수'⑨혁신금융·핀테크 능동적 투자 목적, VC 역량 갖추기 사활

손현지 기자공개 2021-06-16 09:16:40

[편집자주]

금융지주들이 너도나도 'M&A'를 외치며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분주하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알짜 신사업 수익원 발굴에 용이한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본연의 금융업을 떠나 다양한 사업군을 겨냥 중이다. 빅테크에 대항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까지 눈여겨보는 추세다. 최근 들어 달라진 금융지주들의 포트폴리오 보강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4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 보강 전략 가운데는 연내 벤처캐피탈(VC)을 확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 구도에서 뒤쳐지지 않고 혁신금융을 주도하기 위해선 자체적인 VC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방법론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이견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오가닉(Inorganic) 방식으로 작은 사이즈의 VC라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자는 의견이 있다. 반면 그룹 내 벤처투자 업무를 담당했던 인력들을 바탕으로 자체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VC 진출 카드 만지작, 관계기관과 다각도 미팅

우리금융은 올 초부터 VC계열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와 더불어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등 관계기관과 미팅을 통해 다각도로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 상태다. 내부적으로 우리종합금융, 우리은행, 우리자산운용,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PE) 등 일부 계열사의 기능을 통합해 투자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설립 방식은 기존 VC 창업투자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창투사나 신기술금융사를 설립하는 조건이 그리 까다롭지는 않지만 투자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VC심사역 등 운용인력의 희소성이 최근 커졌다는 점도 VC 인수를 고려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기존 VC를 인수할 경우 펀드 운용성과(트랙레코드)를 새로 쌓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주요 장점이란 평이다. VC 특성상 IPO에 이어 엑시트 단계까지 도달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평균 5~7년 정도가 소요된다.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운용자산 규모를 빠른시일 내에 늘리기에 유리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신약 등 운용분야가 세분화되고 있으며 헬스케어 투자경험까지 갖춘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BNK금융과 신한금융, DGB금융 등 다수의 금융지주들이 M&A를 통해 VC를 설립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M&A 시장에 매력적인 VC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금융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자체 설립을 대비한 '케이스 스터디'도 함께 진행 중이다. 업력이 긴 KB금융지주의 KB인베스트먼트의 사례와 지난 2019년 범농협의 자금력을 앞세워 설립된 NH농협금융지주의 사례를 살펴보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자체 VC법인 설립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 펀드 운용과 관련한 트랙레코드도 새롭게 쌓아야 하기 때문에 정상 궤도에 오르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KB금융이 자체 설립한 KB인베스트먼트는 역시 업계 5위에 안착하기까지 30여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이유다. 우리금융도 이를 고려해 조직구성부터 인력확충 방안까지 어느정도 사전 밑그림을 그려놓겠다는 계획이다.

◇VC 확보하면 빅테크·그린뉴딜 대응 효과적

우리금융이 VC설립에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벤처투자는 당장의 리스크관리보다는 미래가능성을 중시해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사업인 만큼 조심스러웠다. VC업계에선 "벤처기업 열 곳에 투자해도 한 두 곳에 살아남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감수해야 한다. 은행 비중이 90%로 압도적인 우리금융으로선 선뜻 접근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11월경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에선 VC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직전 신한금융이 창투사인 네오플럭스 인수를 성공한 점이 시발탄이 됐다. 우리금융은 JB금융그룹과 함께 VC 계열사를 갖고 있지 않은 유일한 금융지주다.

이러한 전략변화에는 빅테크의 위협도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인 금융그룹의 경쟁무기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VC를 활용하면 은행 등과 연계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벤처펀드로 트랙레코드가 쌓이다보면 향후 앵커출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자리잡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빅테크의 금융상품 제조업자로 전락되지 않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던 중 VC설립도 추진하고 있다"며 "필요시 핀테크 인수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VC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 벤처투자는 단순히 소재·부품·장치(소부장) 기업에 설비투자나 운영자금을 대주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회사들과의 사업 협력 기회를 마련해주거나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경영 컨설팅부터 기업공개(IPO)까지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정부의 정책적 투자 기조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디지털뉴딜이나 혁신금융, 일자리 창출 등이 VC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설립 자본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 육성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행히 최근 금융그룹의 VC계열사들의 실적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신한벤처투자와 하나벤처투자 모두인수 초기에는 적자였지만 최근 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신한벤처투자는 올해 1분기 42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큰 상승폭을 보였다.

VC설립 계획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비은행 확대 의지와도 맞물려있다. 손 회장은 2~3년 안에 비은행 부문 비중을 40%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3월 말 기준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는 12%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확대되는 추세지만 타 금융그룹이 30~40%를 넘기는 것에 비하면 아직은 미진하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은 비은행 확대 차원에서 보험 포트폴리오 확충도 계획 중이다.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고려했을 때 생명보험을 손해보험 인수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다만 IFRS17 시행(2023년)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으로 중장기 계획으로 미뤄둔 상태다.

그 외 우리카드나 우리금융캐피탈 등 일정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금융사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 정도를 마련해둔 상태다. 자체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할부리스, 신용대출 등 카드 외 금융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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