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첫발 쌍용차, '응답없는 메아리' 그치나 유력 인수후보 미국 HAAH 파산 가능성 대두…미래차 중심 사업전환 속도, R&D 투자 지속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23 10:41:39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1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의 유력한 새주인으로 꼽혀온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HAAH)가 조만간 파산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주문에 맞춰 투자자 설득을 위해 분주히 움직여온 쌍용차로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특히 최근 첫 전기자동차 양산을 시작하고 친환경차 전용 공장 건설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그간 쌍용차는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 이동하는 추세에 맞춰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다. 쌍용차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지, 응답자가 나올지 주목된다.
21일 자동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HAAH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을 이유로 조만간 파산을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초 중국 체리자동차의 SUV 모델을 미국으로 들여와 대리점에서 판매하려 했으나 미중관계 악화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영향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쌍용차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HAAH가 자동차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다면 사실상 쌍용차에 대해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고정비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투자 결정을 미뤄온 HAAH가 아예 발을 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다른 인수 후보군으로는 국내 전기버스 제조기업인 에디슨모터스와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들의 인수 의향과는 별개로 자금력 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쉬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해외 기업 중에서는 마땅히 언급되는 곳이 없다.
인수의향서 접수는 이달 말까지로 열흘 가량 시한이 남았다. 속단은 이르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까진 공개 입찰에 응한 인수 후보자가 없는 상태로 파악된다. 매각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은 다각도로 M&A 방식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쌍용차는 채권단의 눈높이에 맞춰 투자자 설득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와중에 달갑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됐다. 최근 공익채권 부담을 줄이고자 평택공장 부지를 팔고 공장을 이전해 친환경차 중심의 사업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2년 만의 평택공장 매각에는 채권단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직원 절반 2년 무급 휴직' 등 쌍용차 노사가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산은과 정부가 아닌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사실상 추가 계획을 주문했다.
이에 쌍용차는 공장부지를 팔아 매각 대금으로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 쌍용차에 관심을 가질 투자자가 이전보다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내린 결정이다. 평택공장 매각이 전직원 순차적 무급휴업 등과 병행 실시하는 자구안인 셈이다. 사실상 채권단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 요구에 응답하는 성격이 강하다.
신공장 건설은 친환경차로의 사업개편에 속도를 더하는 효과도 있다. 쌍용차는 중장기 경쟁력 확보 방안인 미래차 전용 공장 건설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친환경차 6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 양산에 들어간 상태다. 오는 10월 유럽 출시, 내년 국내 출시가 목표다. 준중형 SUV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을 시작으로 중형 SUV 전기차, 전기차 픽업 모델 등 라인업을 다양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쌍용차는 전기차 시대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편승해야 하는데 경영정상화를 우선순위에 두느라 미래계획을 수립할 적기를 놓친 탓이다. 자연히 경쟁사 대비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빠르게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도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2018년 이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며 연구개발비도 일부 줄였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5% 초반대를 꾸준히 유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 판매량 급감으로 임원을 감축하고 급여를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R&D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친환경차 중심의 체질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차 개발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가 무엇보다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전기차 출시는 끊임없는 R&D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쌍용차는 산전수전을 겪은 올 1분기에도 매출액 5358억원의 5.3%인 285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지금도 비용절감을 통해 마련한 유동성과 생산, 인력운영 측면에서 확보한 유연성과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신차 개발에 우선 투입하고 있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성공적인 M&A 추진으로 기업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고 급변하고 있는 업계 트렌드 대응을 위한 신차 출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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