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29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 하면서 범(汎) 현대가 연대가 느슨해지는 모양새다. 맏형 격인 현대차그룹의 주축인 현대차가 과거 보유했던 범 현대가 계열사 지분 매각에 나서는 추세다. HDC그룹 계열 지분은 전량 매각했고, 산업은행 체제 아래 있는 HMM(옛 현대상선)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현대일렉트릭 전량 매도에 이어 한국조선해양 지분도 매각을 시작했다.

현대차가 보유한 범 현대가 계열사 지분은 5% 미만으로 주요 주주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 다만 지분을 전량 매각함으로써 주식 소유에 의한 연대가 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2018년 9월 이후 지분 매각이 본격화됐다. 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들면서 범 현대가 유대감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범 현대가 계열 기업 가운데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량 매도에 처음 나선 건 HDC그룹이다. 현대차는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에 걸쳐 HDC 및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최초 취득은 2005년 5월로. 약 13년 만에 지분 관계를 청산한 것이다.

이에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5월1일자로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각각 지주회사인 HDC(존속법인)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신설법인)로 인적분할했다. 현대차는 현대산업개발 인적분할 이전까지 지분 45만주(0.6%)를 보유했다. 인적분할 이후 보유하게 된 HDC와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현대차그룹과 HDC그룹 간 지분 관계는 청산됐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선친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현대자동차와 포니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정몽규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촌 동생이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5촌 당숙이다.

현대차가 HDC그룹 계열 지분을 매각한 지 약 1년 후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양대 국적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범 현대가의 후광을 등에 업고 국내 여객운송 및 항공물류 분야 넘버원 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범현대가 주요 계열사들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터지면서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취소했다. 정 회장이 현대차를 비롯한 범 현대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지만 범 현대가에서도 무리한 인수에 우려를 표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2018년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지분도 매각했다. 2016년까지 현대차는 현대중공업 지분 219만주(2.88%)를 보유했다. 최초 취득일은 2000년 12월이다. 2017년 5월 현대중공업은 인적 분할에 나섰고, 현대차는 이에 따라 분할회사 신주인 현대로보틱스(34만6954주)와 현대일렉트릭(21만3818주)를 받았다.

이듬해 2018년 1월 현대차는 현대일렉트릭 지분 전량인 2.1%(21만3818주)를 매각했다. 현대로보틱스는 2018년 3월 현대중공업지주로 사명을 바꿨다. 기존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분할을 통해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대차는 2019년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가운데 한국조선해양 지분 2.31%(163만2860주), 현대중공업지주 2.13%(34만6954주), 현대오일뱅크 4.35%(1065만3193주) 등을 보유했다.

올들어 한번 더 변화가 일어났다. 현대차가 한국조선해양 주식 19만6259주를 매각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 2.31%에서 2.03%로 하락했다.

이에 앞서 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들어간 HMM(옛 현대상선)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예고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현대차가 보유 중인 HMM 지분을 매각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현대차의 범 현대그룹 계열사 지분 매각에 주목하는 것은 그 시점이 정의선 체제 강화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오너 3세인 정 회장은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현대차는 HDC그룹 계열 주식과 현대중공업그룹 주식 계열을 잇따라 매각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3세 경영이 시작됐다.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2018년 전무에서 승진하며 오너 경영 체제를 본겨화 했다는 분석이다. 정기선 부사장은 정의선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금 마련 차원에서 범 현대가 지분 매각에 나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정의선 체제가 본격화 된 2018년부터 범 현대가와의 지분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