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장기투자 기관에 90% 물량 배정 해외 롱펀드, 국내는 확약기관 중심…유통가능물량 최소화
이경주 기자공개 2021-07-30 08:01:05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9일 1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래프톤이 일찌감치 IPO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대형·우량 기관들 위주로 기관 수요예측이 이뤄진 가운데 주관사는 장기투자 성향이 확실한 기관에만 물량을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그만큼 단기차익을 노리는 기관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구주주 일부와 일반청약자 물량만 상장 직후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향후 주가 추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는 롱펀드, 국내는 확약 기관에만 배정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기관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가운데 장기투자 성향으로 판단되는 곳들 중심으로 기관할당 물량의 90% 가까이 배정할 계획이다. 해외기관은 국부펀드와 롱펀드(long-only)에 85%, 국내는 의무보유확약을 약속한 기관에게만 90% 배정한다.
애초 대형·우량 기관들 위주로 기관수요예측 참여했다. 자금여력이 없는 수백여 곳의 중소형 기관들이 신청을 포기한 탓이다. 진입 장벽이 있었다.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최소로 신청해야 하는 금액이 5억원(1000주)으로 직전 빅딜보다 5~7배는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공시된 정정신고서에 따르면 기관수요예측엔 총 621개 기관이 참여했다. 국내 기관은 343곳, 해외는 174곳이다. 직전 빅딜인 SKIET에 국내 기관만 1220곳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이 탓에 경쟁률은 낮아졌다. 총 865만4230주를 공모하는데 11억5732만7497주가 신청돼 최종 경쟁률 243.15대 1을 기록했다.
반대로 북 퀄리티(주문의 질)는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큰 손들 위주로 각각 실수요에 가까운 금액만 신청이 됐기 때문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거품이 없다. 공모주 열풍 덕에 최근 주요 딜들은 경쟁률이 1000대 1이 넘는 곳이 대다수인데 실제 시장수요와는 괴리가 있다.
기관들이 보유현금을 훨씬 웃도는 금액을 신청하는 오버베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거품이 낀 수요예측 경쟁률은 '따상' 기대감으로 이어졌다가 결국 실현되지 않으면서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수요예측 결과가 실제 시장 수요에 가깝다. 기관수요예측엔 해외는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골드만삭스, JP모간, 노르웨이 중앙은행(노르지스 뱅크)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참여 기관의 30%가 롱펀드다.
국내도 내로라하는 연기금과 국내 20위권 안에 드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참여했다. 일부 초대형 기관은 실수요로만 5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기관들은 가격도 대다수 공모가 희망밴드(40만~49만8000원) 상단 이상에 베팅했다. 상단(49만8000원)에는 57.5% 상단 초과 구간엔 24.2%를 신청해 상단 이상이 81.7%다.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기관 비중은 13.2%다. 의무보유확약도 걸었다. 전체 신청물량의 22%가 확약 물량이다. 6개월이 2.6% 3개월 8.2% 1개월 10.1% 15일 1.2%다.
이에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49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액도 최대치인 4조3098억원이 됐다. 사상 최대어인 삼성생명(4조8881억원 공모)에 근접한 역대 2위 규모다.
◇롱펀드 위주 배정, 주가에 긍정적…오버행 리스크 해소
발행사는 참여한 우량기관 중에서도 장기투자 성향이 확실한 곳만 골라네 90%를 배정한다는 것이다. 상장 직후 기관들의 엑시트로 인한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출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수급 영향을 받지 않고 기업 펀더멘털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도 배정 전략을 감안하면 예상한 수치보다 낮다. 크래프톤은 상장예정주식수(4889만8070주)의 41.5%에 해당하는 2027만6708주가 상장 첫날부터 유통될 수 있다고 증권신고서에 기재했다.
90%를 배정받는 장기투자 기관들의 보유 주식을 유통가능주식수(2027만6708주)에서 제외할 경우 사실상 유통가능주식 비중은 29%~32%로 낮아 진다. 보호예수를 걸지 않은 기존주주와 일반투자자 물량만 상장 직후 유통되는 구조다. 기관에 배정된 주식수는 전체 공모주의 55%(475만9826주)~75%(649만672주)다. 우리사주와 일반투자자 청약 결과에 따라 최종 기관 배정주식이 달라진다.
크래프톤이 역대급으로 '질'이 높은 초대형IPO로 평가되는 이유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기관에 할당된 물량을 장기투자자에게만 90% 배정하기로 한 빅딜은 기존엔 없었다”라며 “중소형 기관들이 불참한 것이 오히려 높은 북퀄리티(주문의 질)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관사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삼성생명 이후 역대 두 번 째로 큰 초대형 IPO로 국내 기관 대상으로 1조원 이상 물량을 모두 소화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더불어 연기금과 대형 운용사들이 높은 확약 비율을 제시했는데 회사의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크래프톤은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이 24조원대로 상장과 함께 게임 대장주로 등극하게 된다. 덕분에 상장 후엔 '코스피200'과 'MSCI지수' 편입도 예상된다. 패시브 펀드와 인덱스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주가에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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