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드라이브' 한국타이어, '형제 갈등' 결과물? M&A 자회사 설립, 타이어 무관 스타트업 검토…경영권 분쟁 영향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1-08-04 10:16:26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3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이 미래경쟁력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아래에 별도의 회사를 하나 세워 신사업 발굴 및 인수합병(M&A)에 집중하도록 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타이어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이를 두고 올 초 일단락된 '형제갈등'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간 신사업에 대한 의견차가 일부 존재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 진출을 강조한 반면, 조 부회장은 타이어에 집중하길 원했다. 경영권 분쟁이 조 사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며 신사업 발굴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자본금 1억3400만원으로 신설법인 출범, '쓰리트랙'으로 신사업 물색
3일 타이어업계와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4월 말 아이앤비(I&B)코퍼레이션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신사업에 대한 컨설팅과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다.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에서 설립 및 출자의 건을 처리한 당일(4월23일) 회사를 세우고 등기까지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목적에는 △경영·정보기술·솔루션 컨설팅 서비스업 △시장조사·경영자문 및 컨설팅업 △기업 인수합병의 중개 △기업경영 자문 등 모두 35개가 명시돼 있다. △주유소 사업 △운수·운수관련 서비스업 및 보관·창고업 같은 자동차 유관업이나 △주택사업·주거용 건물 분양 공급 및 임대업 △통신판매업 등 연관성이 없는 사업도 올라가 있다.
초기자본금은 1억3400만원으로 한국타이어가 100% 출자했다. 현재는 액면가 1000원짜리 주식 13만4000주를 발행한 상태다. 정관상 발행가능한 주식총수는 100만주로 추후 사업이 본격화되면 자본 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회사 측은 99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도 발행했다.
한국타이어가 별도의 법인을 세운 건 올해 M&A 등을 통한 신사업 발굴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수년 전부터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해오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2015년 한온시스템 지분 참여를 시작으로 호주(작스 타이어즈)와 독일(라이펜 뮬러) 타이어 유통사 인수, 프로토타입 솔루션 기업 모델솔루션 인수 등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자회사 HK오토모티브(자동차수리)와 한오토모빌레(수입차판매)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특히 기존에 한국앤컴퍼니(지주사)와 한국타이어에서 각각 신사업 개발과 M&A 매물 물색 업무를 맡아온 조직은 그대로 두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별도 법인을 세웠지만 유관 인력을 한 곳에 모으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간 한국앤컴퍼니에선 전략혁신실이, 한국타이어에선 경영지원총괄이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 왔다.
통상 기업들은 특수 목적을 위해 법인을 신설할 경우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나 팀을 이동배치 하는 경우가 흔하다. 화력을 한 곳에 집중해 보다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다른 선택을 했다. 조직을 쓰리트랙으로 운영해 다양한 시장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게끔 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기존 타이어 사업과의 시너지 등도 고려하지 않고 더 광범위하게 매물을 살피기로 했다. 스타트업 등도 꼼꼼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현재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서 M&A 투자 등 역할을 하고 있는 팀과 조직은 그대로 두고 별개로 더 큰 시장을 살펴보겠다는 차원에서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며 "해당 인력들을 신설법인으로 이동시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타이어 투자·M&A 집중" 조현식 부회장 입지 축소, 신사업 '탄력'
일각에선 조현범 사장의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신사업 물색 작업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고 해석한다. 신사업에 상대적으로 보수적 접근 자세를 취했던 조현식 부회장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이번 법인 설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올 3월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총에서 자신이 추천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이사회 진입에 성공하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부회장과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 중이다.
앞서 조 부회장은 경영전면에 나섰던 지난해 초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신사업 추진과 M&A를 사실상 중단했던 적이 있다. 당시 지주사의 M&A 담당부서(성장전략실)를 전략혁신실에 편입하는 등 신사업 관련 부서를 축소하는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동시에 한국타이어의 마케팅부문과 기획부문을 합쳐 타이어 제조·판매에 집중한다는 시그널을 줬다.
연초 신년사에선 "그룹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선 무엇보다 메인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혁신이 최우선 과제로 선행돼야 한다"며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의 투자와 M&A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2~3년 동안은 타이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만 검토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작년 6월 부친 조양래 회장이 차남 조 사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매각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조 사장이 형을 제치고 그룹 경영의 주도권을 잡게된 것이다. 조 사장은 타이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 부회장보다 강했다. 시기적으로도 주총 직후인 4월 말 아이앤비코퍼레이션이 설립됐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 부회장은 코로나로 상황이 안 좋을 당시 본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신사업이나 신성장을 추진할 수 있으니 본업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냈던 것"이라며 "타이어 확장성에 한계를 느껴 시너지를 내거나 아예 경계를 허문 새로운 비즈니스를 검토하자는 움직임이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고 말했다.
아이앤비코퍼레이션 대표이사는 한국타이어 경영지원총괄 소속 박정수 상무가 맡았다. 아예 둥지를 옮긴 건 아니고 겸직이다. 유형민 한국타이어 팀장이 사내이사로 이사회에서 활동한다. 과거 HK오토모티브 신사업부문 팀장과 한오토모빌레 대표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양용준·장순남 기타비상무이사까지 모두 4명으로 이사회가 꾸려졌다. 감사는 최영국 한국타이어 경영관리담당이 맡는다.
앞선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법인 설립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액션이나 세부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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