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없는 SK E&S 지분에 대형 펀드 총출동 배경은 사실상 인프라 투자…LP 선호로 펀딩도 수월 '앞다퉈 경쟁'
서하나 기자공개 2021-08-09 06:20:5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6일 0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 E&S가 추진하는 2조원 규모 자본확충 딜에 상당수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이 뛰어들면서 불꽃튀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딜은 유상증자 형식을 띄고 있지만 사실상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는 성격이 강하고 LP(출자기관)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다수의 운용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6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2조원 규모 SK E&S 자본확충 딜에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IMM프라이빗에쿼티(PE),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EMP벨스타 등 6~7곳의 PEF들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통상적으로 대형 바이아웃 펀드들은 경영권 없는 지분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는 투자처는 꺼리게 마련이다. 기업가치 상승을 도모한 뒤 포트폴리오 회사를 매각하고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속성을 감안하면 경영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는 소수지분은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SK E&S 투자는 매력도가 반감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소수지분에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위험 부담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딜을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일반 기업의 유상증자 딜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표면적으로는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방식의 에쿼티 투자지만 SK E&S 사업의 본질을 따져보면 인프라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SK E&S는 상당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꾸준한 배당을 지속해 왔다. SK E&S의 주주가 되면 일정 수준 이상의 확정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들에게는 채권형(Fixed Income) 투자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운용사들이 앞다퉈 SK E&S 지분 인수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시장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경영 능력이나 밸류업 전략, 운용 역량 보다는 누구든 딜을 가져오는 곳에 LP들이 출자금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SK E&S 투자는 비교적 수월하게 관리 보수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어차피 기업 개선 작업에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투자처이고, 금액도 상당해 운용자산 규모(AUM)를 크게 키울 수 있다.
특히 SK E&S의 투자 유치는 사이즈가 커 운용사별로 별도의 LP코인베(Co-Investment)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자신들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LP들에게 양호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운용사들에겐 '보은'의 기회이자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종합하면 SK E&S 자본확충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갈망하는 LP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에쿼티 딜이라는 점이 운용사들로 하여금 경쟁에 뛰어들게 만드는 유인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이번 딜은 어떤 투자자가 SK E&S에 가장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달린 일종의 뷰티 콘테스트 성격으로 흘러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SK E&S는 이번 자본확충으로 마련한 자금을 수소 및 해외 가스전 투자 등 미래 사업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주사인 SK㈜ 주도 아래 SK그룹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SK E&S도 이에 따라 수소·신재생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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