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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의 주주환원책 '딜레마' [thebell note]

전효점 기자공개 2021-08-10 08:02:2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9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G는 자본시장에선 후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손꼽히는 기업이다. 지난해 실적에 대해 역대 최고의 주당 배당금 4800원을 집행했다. 배당 총액은 6000억원으로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여기에 더해 KT&G는 지난해 2000억원의 자사주 매입까지 단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T&G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매년 천장 없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KT&G는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기도 전에 어김없이 당해 주당 배당금을 얼마나 확대할 것이냐는 질문을 마주했다. 재무팀은 "앞으로도 배당성향 50% 이상을 유지할 것이며 주가 추이와 현금흐름 등을 고려해 자사주 정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같은 정책에도 주가는 10년 전 수준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무려 8000억원에 이르는 현금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투입됐음에도 시장이 평가하는 KT&G 기업가치는 여전히 바닥이라는 의미다.

KT&G의 주주환원책은 어째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기업 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순이익이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9%, 순이익은 12% 감소했다. 작년에 이어 2년째 이어지는 이익 감소세다. 아무리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놓는다 해도 재원의 원천은 결국 이익이다.

어느 기업이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가치 극대화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가치는 성장을 통해서만 재평가가 이뤄진다. 이같은 점에서 KT&G는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보다 오히려 발목을 잡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기업이 한번 확정된 배당 정책을 줄이기란 쉽지 않다. 특히 KT&G처럼 외국인과 연기금 주주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배당 확대 압력은 높다.

그러나 KT&G의 현금성 자산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9년 한때 3조원 넘었던 현금 곳간은 올해 반기 말 기준 2조2000억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만큼 미래를 위해 재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분기 컨콜에서 KT&G는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필요한 유동성 조달을 위해 KGC인삼공사의 기업공개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공식석상에서 알짜 자회사 상장 가능성에 대한 코멘트가 나온 것은 수년 만이다.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면 유보 현금을 실적 수준을 거스르는 주주환원 정책에 투입하기 보다는 재투자로 돌리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은 대목이다. KT&G의 미래에 기대를 걸고 있는 시장의 진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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