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IPO 후폭풍]금융 대장주 등극, 은행이냐 신규 섹터냐 '의견 분분'①출범 4년만에 KB금융 넘어 시총 톱티어, '뉴비의 반란' 두고 갑론을박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12 07:22:20
[편집자주]
주가는 주주의 심리를 보여준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상장(IPO) 성공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기존 은행권과 확연히 다른 몸값을 인정받으면서 누군가는 오버슈팅을, 다른 이는 금융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는 전통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카카오뱅크 IPO 성공 배경은 무엇인지, 또 어떤 파장이 예상되는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0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가총액 37조2954억원. 코스피(KOSPI) 10위.' 카카오뱅크가 상장 2일차에 올린 기록이다. 시총 10위권에 오르내릴 정도로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국내 은행들을 훌쩍 뛰어넘는 '대장주'가 됐다.아직 주가의 방향성을 논하기는 이르나 금융권에 던진 파장은 상당하다. 기존 은행주와 어떤 차별점을 지니는지, 시장가치는 과연 얼마가 적당한지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카카오뱅크도 다른 은행과 다를 바 없다는 관점에 따라 보면 현재 시장 가치는 지나치게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플랫폼 비즈니스 등 제3의 신규 섹터를 개척해 폭발적인 성장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해석을 따르면 납득할 만한 몸값이다. 은행이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갈리는 해석이다.
◇은행주에 이례적 관심, 시총 '10위' 노크
2015년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은 이후 한국카카오 주식회사는 이듬해 1월 카카오뱅크 준비법인을 설립했다. 2017년 본인가를 획득, 7월 영업을 개시했다. 출범 2년 만에 고객 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말 공모가를 희망 범위의 최상단인 3만9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달 6일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는 실패했으나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9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종가 7만850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37조2954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NAVER), 카카오,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삼성SDI, 현대차 등 굴지의 기업들과 함께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금융주가 시총 10위 안에 포함된 건 2017년 KB금융과 삼성생명, 2018년 신한지주 정도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4년 만에 이를 달성하면서 '뉴비의 반란'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 카카오뱅크 거래량은 4448만주를 넘어설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다른 은행주 거래량의 100배에 이르렀고 삼성전자 거래량도 1537만주가 채 되지 않았다.
주가가 1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 Ratio)은 254.05배에 달했다. 다른 은행업종 평균치 5.11배와는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1.29배로 0.3~0.4배 수준인 4대 금융지주 PBR을 크게 웃돌았다.
3영업일인 10일 현재 주가가 다소 주춤한 양상이지만 추후 향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상장 초반이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국내 은행주가 시장의 관심을 이 정도로 받은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은행주와 격차가 워낙 벌어져 단기간에 갭(gap)을 좁히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플랫폼 성장 잠재력 놓고 엇갈린 시각
사실 현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의 덩치나 이익 규모는 기존 은행권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 3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은행계정 총자산은 28조6164억원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6~7% 수준에 불과하다.
올 1분기에 카카오뱅크는 영업이익은 540억원, 순이익은 46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5.9~7.7%, 순이익은 6.6~9.3% 수준이다.
전통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현재 주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은행업이 기본인 만큼 가장 큰 수익원은 예대 마진인데 대출 시장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시중은행들과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비대면으로 은행업을 영위한다는 점 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냉정한 시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량과 거래총액을 보면 카카오뱅크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높다는 점을 부정할 순 없다"며 "하지만 은행주라는 관점에서 시가총액은 과거 대장주였던 KB금융은 과하게 할인된 측면이 있고 카카오뱅크는 높은 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높은 성장성과 플랫폼 사업의 가능성을 보면 기존 은행권과 다른 몸값을 받을 만 하다는 주장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IPO 이전부터 뱅킹과 플랫폼 2개의 사업부문으로 구성돼있다고 강조해왔다. 높은 트래픽을 바탕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비이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2019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실적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으니 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본다"며 "그동안 금융주는 무겁고 변동성이 낮은 업종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이후 시중은행 앱도 많이 개선되는 등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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