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 '쿠팡에 밀린 물류투자' IPO로 극복할까 상장 계획 2년 앞당겨, 이커머스 머니게임 실탄 확보전
전효점 기자공개 2021-08-11 08:07:37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0일 13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 자회사 에스에스지닷컴이 당초 예상되던 일정보다 한발 앞서 기업공개 절차에 착수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커머스업계가 올 들어 일제히 물류 투자에 속도를 낸 가운데 선발주자였던 이마트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쳐지자 자회사 상장 일정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10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에스지닷컴은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해 증권업계에 RFP(제안요청서)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8년 에스에스지닷컴 분사 당시 사모펀드 FI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2023년까지 상장하겠다는 옵션에 합의했다. 시기적 여유가 남아있는 셈이지만 에스에스지닷컴은 최근 상장 일정을 재촉하고 있다.
업계는 에스에스지닷컴이 이커머스업계 경쟁사들의 최근 행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을 비롯한 네이버·CJ제일제당, GS리테일,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이커머스 주자들은 올 들어 외부 유치와 상장 등을 통해 확보한 실탄을 물류·배송 등 인프라 확충에 쏟아붇고 있다.
쿠팡은 올해 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5조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예고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기존 국내 물류 인프라의 50%에 해당하는 신규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쿠팡은 올 들어서만 신규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이미 1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경남, 충북 지역 총 21만평 부지에 물류 센터를 짓고 있다. 추가 투자금을 확충시키기 위해 미국 쿠팡 본사는 지난달 한국법인에 23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수혈하기도 했다.
물류 인프라 확충 열풍에 후발 주자들도 속속 가세하는 분위기다. 네이버의 경우 이달 CJ대한통운과 손잡 대규모 물류센터 추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제공해오던 익일배송 서비스를 내년부터는 스마트스토어 전체로 확대하기 위한 물류 인프라 확보 작업이다. 이미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통해 곤지암, 군포 물류센터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달에는 경기도 용인에 체 번째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도 문을 연다.
대어들만 아니라 군소 주자들간의 물류 투자 경쟁도 치열하다. GS홈쇼핑과 합병을 완료한 GS리테일은 가장 먼저 물류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5년간 물류 및 이커머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1조원 투자 계획을 세웠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최근 국내 상장을 선언한 후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5월 충청권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구 지역에 진출했다. 연내 부산과 울산을 비롯한 경남권과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권까지 새벽배송 서비스 지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를 오픈하면서 이커머스 사업을 전개해온 선발 주자다. 하지만 이후 네이버와 쿠팡이 주도하는 경쟁판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후발주자로 밀려났다. 이커머스 매출 확대의 기반이 되는 물류 인프라 확장이 2019년 말 네오003 오픈 이후로 사실상 멈춘 상태다.
2018년 야심차게 독립경영을 시작한 에스에스지닷컴은 작년 말 기준 거래액이 4조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37% 확대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거래액 20조원이 넘는 네이버나 쿠팡 등 주요 주자들에 비해 시장 지배력이 미미했다. 성장 속도 면에서도 지난해 경쟁사들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올해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쿠팡은 연초 미국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네이버는 풍부한 자체 유동성으로 조 단위 물류 투자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다. 이마트는 연초 이베이코리아를 무리하게 인수하는데 이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잔여지분 인수 등도 잇따라 추진하며 자금 조달 여력을 소진한 상황이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두고 물러설 곳은 없었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당시 보유한 자산을 유동화해서 이커머스 기업으로 완전한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자회사 상장 일정을 앞당겨 투자금을 확보하는 안도 병행키로 했다.
상장은 대규모 조달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에스지닷컴은 기업 가치를 최대 10조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쿠팡은 상장 직후 100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기점으로 이마트는 온라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채널이 하나 더 생긴 상황이다. 오픈마켓 사업을 영위하는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풀필먼트 센터 확충이 필수적이다. 에스에스지닷컴도 신선식품 등을 중심으로 한 물류 경쟁력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에스에스지닷컴 관계자는 "원래 상장은 2023년까지 과제였고 늘 염두에 두면서 검토를 해왔던 부분"이라며 "정확한 시점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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