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I 갈등]'법리 판단 시작' 삼덕회계법인 첫 공판 쟁점은보고서 베꼈다 vs 참고만…'본게임' 어피너티-안진 재판 가늠자 전망도
이은솔 기자공개 2021-08-11 07:03:0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0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보험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 분쟁과 관련한 법리적 판단이 시작됐다.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교보생명 가치평가 보고서를 베꼈다는 혐의를 받는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에 대한 공판이 가장 먼저 열리며 재판의 시작점을 끊었다. 삼덕회계법인은 교보생명과 분쟁 중인 FI 어펄마캐피탈 측에서 고용한 곳이다.교보생명과 FI 사이 분쟁의 핵심은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이 풋옵션 가격을 FI 측에 유리하게 산정했다는 점이다. 앞선 문제보다 사안이 단순해 삼덕 측 공판이 먼저 열렸는데, '본게임'인 어피너티-안진회계법인 재판 방향성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단독부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삼덕회계법인 회계사에 대한 첫 공판을 10일 오전 열었다. 재판에는 피고인인 삼덕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 A씨와 변호인이 출석했다. 검찰에서는 어피너티 컨소시엄 건을 함께 맡고 있는 홍민유 검사가 참석했다.
검찰은 2018년 사모투자펀드(PEF) 어펄마캐피탈 측으로부터 교보생명의 가치평가 보고서를 작성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삼덕회계법인 소속의 회계사 A씨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음에도 스스로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수행 기간을 부풀렸다는 점이 공인회계사법을 위반이라고 공소 요지를 밝혔다.
어펄마캐피탈은 교보생명의 지분 5.33%를 보유한 주주다. 어피너티컨소시엄과는 별개의 재무적 투자자다. 어피너티 측이 풋옵션을 행사한 한 달 후인 2018년 11월 어펄마캐피탈도 풋옵션 행사를 선언했다.
당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에, 어펄마캐피털은 삼덕회계법인에 기업가치평가를 의뢰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교보생명 지분 가격을 매입 원가보다 약 두 배 높은 주당 40만9912원으로 산정했다. 이때 삼덕회계법인 측은 실제 가치평가를 수행하지 않고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자료를 베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피고인 측은 베낀 것이 아니라 참고한 것이라고 맞섰다. 주어진 기간 동안 가치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안진이 기초작업한 내용을 활용해 평가논리를 검증한 것이고, 가치평가 보고서는 학술논문과 달리 최종 책임자의 이름만 기재하면 되는 것이지 기초 자료의 출처를 기재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날은 1차 공판으로 결론을 내리기 위한 절차는 아니었지만 재판부가 피고인 측의 오류를 수차례 지적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A씨가 공인회계사법 위반이라고 볼수 없다는 법리적 주장을 펴는 과정에서 "가치평가보고서 작성은 회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재무제표도 참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비상장사의 가치평가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회사의 재무제표가 가장 기본적인 자료라는 사실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며 "가치평가 보고서 작성이 회계와 재무제표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관계와 동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 "안진 측의 초안을 받고 변경하거나 수정한 부분이 있냐"며 "이런 부분이 있어야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초자료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새로운 업무를 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질문했다. 피고인 측은 "변동된 부분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안진의 보고서를 수정 없이 제출했다는 의미다.
이날 기소건은 교보생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사이 분쟁과도 연관이 깊다. 삼덕 회계사 A씨를 기소한 홍민유 검사는 앞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3명과 어피너티, IMM PE 임원 2명을 기소했다. 다만 사안의 복잡성이 덜한 삼덕 건의 공판이 먼저 시작됐다. 어피너티-안진 건은 산정한 가격의 적절성까지 판단해야 하는 반면, 삼덕 건은 보고서 작성 과정의 적절성만 다투면 돼 보다 간단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피너티-안진 기소건의 첫 공판은 이달 20일 열린다.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베어링PEA·싱가포르투자청)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IPO는 성사되지 않았고 어피너티 측은 2018년 10월, 또 다른 주주인 어펄마캐피탈은 2018년 11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검찰은 지난 1월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치평가 과정에 부적절한 공모가 있었다며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과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 PE 임원 2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청탁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이 교보생명의 공정가치를 FI 측에 유리하게 왜곡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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