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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호황 중견해운업계]발빠른 '스팟' 대응 팬오션, 하림그룹 '미소'④2분기 영업이익 1000억 돌파, 선박 4척 추가 도입..자금줄 역할 기대

김서영 기자공개 2021-08-19 07:49:50

[편집자주]

해운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기치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사와 벌크선사는 올들어 사상 최대치 실적을 경신하며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더벨은 각기 다른 사업구조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견해운선사들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이 스팟(Spot) 운송을 늘리고 선대 확충을 통해 해운호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2015년 하림그룹 품에 안긴 뒤 6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 기록을 달성해 그룹 내 입지를 더욱 다졌다. 팬오션이 천하제일사료, NS쇼핑을 잇는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사료업과 해운업이 이종사업 관계라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호황을 맞는 자세, '유연한' 선대 운용

이번 해운호황에 컨테이너선사 다음으로 웃은 것은 벌크(Bulk)선사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공산품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아시아 등지에 밀집된 신흥국에서 이를 수입한다. 신흥국은 원자재를 활용해 선진국에 공급할 공산품을 생산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산품 물동량이 증가하자 이를 생산하는 신흥국의 공장 가동률이 높아졌고, 덩달아 원자재를 운송하는 벌크선사도 분주해졌다.

이러한 배경으로 운임 상승으로 인한 벌크선사의 실적 개선 효과는 컨테이너선보다 한 분기 뒤에 나타나게 된다. 건화물시황을 의미하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2분기 평균 783포인트였으나 1년 뒤인 올 2분기 평균 2793포인트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벌크 운임 상승의 호황을 누린 대표적인 중견해운선사는 팬오션이다. 팬오션은 217척의 선대를 운용하는 국내 최대 벌크선사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운용 선대 중 벌크선 비중이 95.9%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출처: 팬오션 2021 2분기 IR자료)
올 1분기만 해도 팬오션의 실적은 BDI 상승세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올 1분기 평균 BDI는 전년 동기(592포인트)보다 193.8% 급등한 1739포인트였다. 벌크선 사업부문 매출액은 4399억원, 영업이익은 356억원을 기록해 오히려 작년 1분기보다 각각 21.3%, 5.8% 줄어들었다. 팬오션은 2분기부터 BDI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해 예측이 빗나간 탓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올 2분기에는 그야말로 실적 '잭팟'이 터졌다. 팬오션의 2분기 전체 실적은 매출액 1조1299억원, 영업이익 112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벌크선 실적은 매출액 7368억원, 영업이익 1009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적에서 벌크선 사업부문의 기여도는 매출액 65.2%, 영업이익 90%에 이른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벌크선 사업부문의 매출액은 109.2%, 영업이익은 129.3% 증가했다.

팬오션이 해운호황을 맞아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연한 선대 운용에 있다. 장기운송계약을 통한 정기선 운영보다 운임 상승 효과를 곧바로 반영할 수 있는 스팟 운송에 최적화된 사업 구조를 구축해뒀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의 벌크선 매출 중 약 70%는 현재 운임에 기반해 계약이 체결된다. 운임이 오르면 전체 매출의 약 50%가 비용 증가 없이 상승하는 구조다.

팬오션은 선대 운용뿐만 아니라 발 빠르게 선박을 추가로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팬오션은 2분기 중에 벌크선 4척 인도를 마쳤다. 장기운송계약 1척(325K VLOC)과 중고선 3척(P'MAX 1척, Large Handy 2척)을 들여와 선대를 늘렸다.

◇하림지주의 자금줄 역할 기대...유일한 연결고리 곡물사업

해운호황이 반가운 것은 팬오션뿐만 아니라 팬오션의 최대주주 하림지주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팬오션이 하림그룹 전체 매출액의 35~40%를 책임졌는데 이번 해운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라며 "팬오션이 돈 나갈 곳 많은 하림지주의 다음 지갑을 맡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2001년 사료 생산업체인 천하제일사료 인수해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해 사세를 확장했다. 그다음은 NS쇼핑이 하림지주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NS쇼핑은 하림산업을 자회사로 두고 '하림푸드 콤플렉스' 건립에 들어가는 대규모 자금 지급을 도맡았다.

문제는 주요 사업이 수년째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NS쇼핑의 재무 부담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NS쇼핑의 부채비율은 2018년 84.5%로 두 자릿수를 보였으나 2019년 115.9%, 지난해 174.6%로 높아졌다.

마침 팬오션이 호황을 누리면서 현금 창출력이 향상됐다.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911억원으로 지난해 한 해 영업이익(907억원)을 웃돌았다.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에비타(EBITDA)도 1669억원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투자금이 지속해 들어가는 하림지주 입장에서 팬오션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특히 '옥상옥' 구조의 올품이 팬오션 지분을 들고 있었다. 하림그룹의 지주사는 하림지주지만, 그 위로 하림지주 지분 4.36%를 보유하는 올품이 자리하고 있다. 올품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100%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다. 공교롭게도 올품은 자금처 역할을 했던 천하제일사료(11.89%), NS쇼핑(5.1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품의 100% 금융 자회사 에코캐피탈이 올해 4월까지 팬오션 주식 58만주(0.11%)를 보유했다. 그러나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그룹에 의결권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에코캐피탈은 팬오션에 공정거래법상 허용되지 않는 의결권을 수차례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에코캐피탈은 현재 팬오션 주식을 전량 매각해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다만 팬오션이 하림지주의 자금줄 역할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림그룹은 축산업과 사료업을 중심으로 영위하는 기업집단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로 보면 벌크선사로서 해운업을 영위하는 팬오션은 이종사업인 셈이다. 해운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축산업 및 사료업 계열사와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종사업에 자금을 투입한다면 부당지원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림지주는 팬오션의 곡물사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팬오션의 곡물 운송업이 하림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의 유일한 연결고리기 때문이다. 곡물 운송사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3767억원으로 팬오션의 벌크선 사업부문 다음으로 큰 매출을 창출했다. 매출 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아 지난해 3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팬오션 인수 당시 하림그룹은 한국판 '카길(Cargill)'이라며 단서를 달았고, 팬오션이 수익성이 좋지 않음에도 사업 연관성 때문에 계속 끌고 가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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