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우리금융 민영화 스케줄 지킬 수 있을까 동양생명 조기 엑시트에 부담…인오가닉 성장 시급, 증권사 매물 없어 난처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23 07:46:2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9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스케줄 진행에 적신호가 켜진 모양새다. 최근 동양생명이 새 장기 투자자를 구하지 않고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매도하며 조기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선 탓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올 들어 우리금융지주가 최대 실적을 경신했는데도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던 터라 부담이 가중됐다. 우리금융지주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이 관건인데 최우선으로 인수해야 할 증권사 매물이 시장에 없어 고심이 깊어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현재 우리지주 주식 1억1015만9443주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15.25%)다. 예보에 이어 국민연금공단(9.8%), 우리사주조합(8.75%), IMM PE의 특수목적회사(SPC)인 노비스1호유한회사(5.62%) 등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4월 예보는 보유주식 1444만5354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1493억원에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2019년 6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첫 매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녔다. 당시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늦어도 내년까지 총 3년에 걸쳐 예보가 보유한 우리지주 잔여지분을 완전 매각하기로 했다.
아울러 분산 매각에 대한 주가 변동 부담을 줄이고자 매각 물량은 매회 최대 10%로 두고 희망수량경쟁 입찰을 먼저 하고 유찰·잔여물량은 블록세일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보유 지분율은 여전히 10%를 상회하는 만큼 예정대로라면 향후에도 최소 2번에 걸쳐 매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과점주주 일원이었던 동양생명이 먼저 엑시트한 것이다. 지난달 동양생명은 이사회를 열어 우리지주 지분 2704만주(3.74%) 전량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자본부담이 커지는 만큼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보하려는 조치였다.
다만 수십 곳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나눠 장외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간 외 블록딜은 전일 종가 대비 할인된 가격에서 거래돼 단기적으로 주가를 떨어트린다. 아울러 장기 투자보다 단기 차익을 기대하는 주주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주가의 상승 압력을 약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우리지주에 장기 투자자를 데려오지 않고 블록딜로 지분을 털어냈다"며 "주가 측면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예보 입장에서는 악재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면 매각 시 주가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지주 주가는 지난해 한때 주당 6320원까지 떨어지면서 계획한 매각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올 들어 국내 은행주 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기에 예보도 지분을 일부 덜어낼 수 있었다. 4월 우리지주 평균 주가는 1만402원이었다. 여기에 2020년 회계연도말 배당금 449억원도 확보했고 올해 중간배당을 통해 165억원 가량을 추가로 회수하면서 현재 우리지주 공적자금 회수율은 89.6%다. 주가만 오르면 완전 민영화 로드맵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사실 우리금융은 현 상황에서 주가를 올리기 위한 노력은 충분히 한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1조41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지주 전환 이후 상반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6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초과했다. 처음으로 IR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기도 했고 분기배당도 결정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양상이다. 현재 우리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3배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 금융지주사인 KB(0.47배)·신한(0.46배)·하나금융지주(0.41배)와 비교해도 밑돈다.
물론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금융시장 브리프를 통해 국내 은행주가 시중금리 상승과 경기회복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 양호한 자산건전성, 배당 관련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상승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국 M&A를 통한 인오가닉 성장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주가 상승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올해 증권사, 벤처캐피탈, NPL회사 등 인수 및 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없어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 우선순위를 가장 먼저 두고 있지만 당장 시장에 매물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며 "업황이 좋아 입길에 자주 오르던 곳들도 최근에는 움직임이 잠잠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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